SBS가 입수한 한국교육학술정보원, KERIS의 2006년 연구 보고서가 있습니다. 'DLS(전자도서관 시스템) 시스템 확장을 위한 연계 방안 연구'라는 보고서입니다.
지난 2000년 거액을 들여 만든 독서 이력 통합 관리 시스템인 전자도서관 시스템의 활용 방안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 가운데에는 은행 통장처럼 독서 출납 이력을 써주는 '독서 통장'을 사용하면, 시스템 활용뿐 아니라 학생들의 독서 촉진 또한 불러 올 것으로 써져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DLS를 개발하고 이 연구결과까지 뽑아낸 KERIS는 시도 교육청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독서통장 프로그램 개발에 소홀했습니다. 그러자 상당한 수익이 있을거라 생각한 DLS 유지보수 업체가 독서통장 사업에 나섰습니다.
시스템 보수를 한다며 방화벽을 열게 한 뒤, 내부에 전국 630여만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빼낼 수 있는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해 이를 사업에 이용한 겁니다. 독서 통장 프로그램을 돌리려면 DLS 내부 학생들 정보와 연동이 필수적인데 이런 방식으로 가능하게 만든 거죠. 속칭 '바지사장'을 앞세워 독서통장 업체를 만든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들에게도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팔아넘기기까지 했습니다.
이들이 지난 2008년 3월부터 지난 5월까지 이렇게 개인 정보를 빼내 사업을 하는 동안 관계 교육당국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KERIS가 서버를 가지고 있는 시도 교육청의 소관이라면서 보안업체를 관리 감독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또 시도 교육청도 KERIS가 선정한 보안업체의 말만 믿어 방화벽을 계속 열어주었다고 조사됐습니다.
'독서통장'이 상당한 효용이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 프로그램 개발을 시도교육청에 미뤘던 KERIS. 이들은 지난 6월부터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거론되자, 단 2달 만에 자체 프로그램을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이렇게 쉽게 할 수 있는 걸 왜 지난 4년동안 미뤄놓은 걸까요. 왜 지금 만들었냐는 질문엔 독서통장에 대한 현장의 요구가 있는지 몰랐다고 변명하더군요.
이미 학생과 학부모 64만여명의 정보는 유출됐습니다. 하지만 전체 630여만명의 정보가 학원이나 학습지 업체 등 사교육 시장에 유출됐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상당히 큰 추가 피해가 있을 것으로 경찰은 예상하고 있는데요.
프로그램 개발은 관두더라도, 서로 네 책임이라고 미루며 관리 감독까지 소홀한 교육 당국의 태도 앞에 열심히 책을 읽던 우리 학생들의 개인 정보가 술술 새나간 어이없는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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