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계동 산104번지...'104마을'
104마을을 본 첫 소감은 "아니, 서울에 아직도 이런 곳이 있었어?" 였습니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 불리는 104마을은 지난 1967년 도심 불량 주택과 청계천 정비사업으로 발생한 철거민들이 정착한 곳입니다. 현재 1100여 가구에 35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습니다.
1971년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 대부분의 주택이 20년 넘은 노후 주택이었습니다. 지붕에서 비가 새는 집이 90%가 넘는 실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곧 재개발로 인해 철거가 예정돼 있는데다 거주자들이 대부분 세입자들이다보니 집을 수리할 엄두를 못내고 있는 상황이었죠.
이달 초 태풍 '곤파스' 피해 취재 때문에 가보니 이번 태풍만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집집마다 벽이 다 젖어 있었고, 바닥에는 물이 흥건했습니다. 높은 지대의 나무 수십 그루가 강풍에 쓰러졌는데도, 손을 못대는 상황이었죠. 그나마 지대가 높아 침수 안 된 것이 다행일 정도 였으니까요.
비가오면 물이 줄줄 새 '지붕'이라는 말이 무색한 슬레이트 지붕은 봉사단체가 도와준 덕분에 비닐을 씌울 수 있었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만났던 한 할머니가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가 여기 40년을 살았는데, 소원이 뭔지 알우? 재개발 돼서 물 잘나오는 화장실 있고, 따뜻한 집에서 사는 거여."
노원구가 지난 2006년부터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지구단위계획을 입안해 2008년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됐고, 지난해 5월엔 주택재개발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이제 104마을에는 새로운 주거 단지가 조성됩니다.
재개발로 여름 한철 마음 편히 보내기 어려웠던 이분들이 편히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서울시와 노원구의 말처럼 공공성이 강화된 주거지가 들어와 이곳 세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돼야 하겠죠. 우리 모두 이 약속이 지켜지는지 지켜볼 겁니다.
◆ 체력 ⇒ 취재력 (체력은 취재력이다)
어떤 직업이든 마찬가지겠지만 말이지요, 기자 중에서도 사회부 기자는 '체력'이 우선이라고 확신합니다. 낮 최고기온 33도.
한나절 꼬박 산 마을을 구석구석 돌아다녔습니다.
저야 맨 몸이라 그렇다 치지만, 10kg이 넘는 ENG 카메라와 장비를 들고 움직여야 하는 영상취재 선배와 오디오 맨은 그야말로 극기훈련을 하는 기분이었죠.
옷이 땀으로 흠뻑 젖었고, 숨이 턱턱 막혔습니다.
아직 젊은 우리 이 정도인데, 대부분 예순살을 넘긴 이곳 주민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가파른 산자락,... 낡고 허물어져가는 보금자리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쪽방촌 사람들... 올 여름 두번의 104마을 방문은 힘들었지만,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