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가다듬기 위해 터를 닦고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은 좋은 일이다. 바닥에 윤기가 흐르고 천에 물이 넘실거리는 것도 괜찮은 모습이다. 하지만 그것은 진정 사람과 자연을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 광화문 광장도 사람을 위한 것 같지만 교통체증과 소음으로 답답하다. 모든 도시 디자인은 그래서 사람을 지향하며 설계해야 한다.
김철의 '도시, 디자인에 눈을 뜨다'(조이럭클럽)는 프랑스의 '라데팡스'와 '마른라발레'와 '리브고슈' , 그리고 독일의 '프라이부르크'와 '라이프치히'를 통해 인간 중심의 도시 디자인은 어떻게 세워 가는지 배울 수 있게 한다. 유럽의 도시 디자인이 심미적 효과만을 극대화하는 것 같지만 실은 사람과 문화와 환경과 미래까지 바라보는 참된 지역 디자인을 표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자체별로 디자인 도시에 열을 쏟고 있다. 그 일환으로 녹색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자전거가 우뚝 서 있다. 그를 위해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고 있고, 공원마다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코스를 개발하고 있다. 서울도 자전거 전용도로가 110km라 한다.
헌데 그것으로 충분할까? 이 책에서는 그것만으로는 결코 녹색도시를 만들 수 없다고 한다. 덴마크의 코펜하겐은 자전거 전용도로가 400km라 한다. 우리는 그에 턱없이 모자란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는 별도의 자전거신호등도 있는데 우리에겐 그게 없다고 한다. 아울러 다른 도시에서는 출퇴근과 등하교시에 이용할 수 있는 생활형 자전거가 있지만 우리에겐 그걸 활용할만한 자족도시 기반도 없다고 지적한다.
'단지 공간을 채우는 조형물로 남지 않고 사람의 가슴을 뜨겁게 채우는 생활의 일부로 여겨지도록 하는 것이 결국 오늘의 한국 도시 디자인이 풀어야할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도시 디자인이 풀어야 할 진정한 과제는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세 가지를 꼽고 있다. 그 하나는 그 어떤 도시이든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향하는 도시여야 한다는 것, 그 둘은 도시 정체성을 고려한 장기적인 비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 셋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사실 프랑스의 라데팡스에는 150m가 넘는 초고층빌딩이 14개나 있고, 특색 있는 빌딩도 70개 이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속에서 매일 15만 명 이상이 일하고 있으니 그곳은 '빌딩숲 도시'로 적합하다고 한다. 더 놀라운 건 그곳에 반투명 유리와 흰색 대리석으로 된 신 개선문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문은 에뚜알 광장의 개선문까지 일직선으로 연결돼 있어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까지 연결하는 창조성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모방은 제 2의 창조이다. 서울시만 해도 유럽의 도시 디자인을 관찰하여 서울에 맞는 디자인을 대입하려고 열을 쏟고 있다. 그리고 서울은 프라이부르크의 보봉포럼처럼 서민들의 참여의식을 고취시키는 '천만상상 오아시스'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성과만 보이려는 욕심이 앞서 설익은 정책들만 발표되면 서민들의 불편은 더 가중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 지자체들은 유럽식 도시를 무조건 따라하여 유럽풍으로 온 거리와 건물을 덧칠해서는 안 될 것이다. 뭔가 우리만의 것이 진정으로 드러나야 한다. 우리에겐 유럽이 따라오지 못하는 유무형의 문화재가 많이 있다. 그것들의 존재와 함께 사람과 자연과 미래가 참되게 공존할 수 있는 디자인 도시라야 온 세계가 주목하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권성권 SBS U포터
http://ublog.sbs.co.kr/littlechri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송고됐습니다.)
[U포터] 성과만 집착한 디자인 도시, 시민불편 가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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