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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

올해는 유난히도 비가 많이 왔습니다.

장마도 아닌데 때를 가리지 않는 기습 폭우 때문에 인천에는 매번 물에 잠긴 곳이 참 많았습니다. 폭우가 쏟아진 추석 연휴가 끝나고 그 중 한 곳을 찾았습니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였는데 반지하 가구마다 짐을 꺼내고 있었습니다. 비가 내린지 3일이 지난 뒤였는데 그제서야 겨우 짐을 말리고 있는 겁니다.

아파트 주민들은 하나같이 비가 오던 날 변기와 수도관에서 오폐수가 역류했다고 말했습니다.

빗물 고인데다 화장실 변기에 배출했던 모든 것들이 다시 솟아 오르다니.

주민들은 정말 기가 막혔답니다.

세 모녀가 사는 집.

비가 온 첫날엔 무릎까지 차오른 빗물과 이물질을 퍼냈고, 다음날 부터는 온갖 짐들을 닦고 또 닦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서야 똥물에 젖은 살림살이를 밖으로 내보내고 바닥 장판을 뜯어내고 있었습니다.

옆 동의 아파트 입구에는 할머니가 힘없이 앉아 계셨습니다.

건장한 청년들이 반지하 할머니 집에서 젖은 이불과 가재도구를 꺼내고 있었습니다.

악취가 나는 그 곳에서 할머니는 자원봉사자들이 오기 전까지 3일동안 혼자 오물을 퍼냈다고 합니다.

갓 태어난 아기가 있는 집.

아빠는 급한대로 아이들은 다른 곳으로 피신(?)시키고 깨끗한 옷을 갈아입히기 위해 물빨래는 했지만 아무리 보일러를 계속 틀어도 어디선가 새는 빗물 때문에 늘 구석엔 물이 고여있고.

서랍 속 가재도구엔 오물이 그대로 있고 벽면의 곰팡이는 계속 커져만 가고, 이제는 좀 정리가 됐겠지, 하는 생각으로 갔지만 현장은 여전히 '아수라장' 그대로였습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막했던 사람들은 하늘이 원망스럽고, 기댈 곳 없는 처지가 원망스럽고, 아무리 도움을 요청해도 대답없는 지자체가 원망스럽습니다.

비가 또다시 내리면 어떡해야 하나, 절망을 느끼는 순간 또다시 주저앉아 울고싶은 마음 뿐이더랍니다.

시간이 갈수록 눈물도 마르고 원망소리도 잦아들었지만 주민들이 입은 상처가 온 동네를 울리고 있습니다.

저희가 그동안 보도한 수해 관련 기사가 이 많은 사람들의 아픈 사연을 미처 다 담지 못했습니다.

절망으로 자꾸 덧나는 이들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 많은 관심과 도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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