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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보험' 달면 삼키고, 쓰면 뱉나?

주변을 둘러보면 암 환자가 예전에 비해 부쩍 늘었습니다. 예전에는 없던 암이 갑자기 많아진 걸까요? 물론 공해나 유해물질, 스트레스 같은 환경적인 요인도 암 발병을 높이는 한 원인이겠지만, 의료기술이 발전하고, 건강검진이 확대되면서 과거에는 잡아내지 못했던 암을 발견하는 측면도 암 환자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암 발견이 늘어나다보니, 암 진단비와 수술비, 생활비를 지급해야 하는 보험사의 고민도 커졌습니다. 지금처럼 암이 흔하지 않은 시절 만들어놓은 '암 보험' 약관에 맞춰 보험금을 지급하려다 보니 수지타산을 맞추는데 어려움이 생기기 시작한 겁니다.

보험개발원 자료를 보면 지난 06년 암 관련 질병의 손해율은 106% 였는데, 07년에는 110%, 08년에는 119%까지 치솟았습니다. (반면, 다른 질병의 손해율은 70% 수준입니다) 이렇게 암보험 손해율이 높아지자 보험사들이 하나, 둘 암 보험 판매를 중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삼성생명과 대한생명, 교보생명 빅3 보험사들은 진작에 암보험을 없앴고, 미래에셋생명도 최근 암보험 판매를 중지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생명보험사는 22곳. 이 가운데 암 보험을 파는 보험사는 2003년에 16곳이었는데, 최근 7곳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암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암보험은 사라지는 아이러니라니...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는게 시장의 기본원리인데 보험시장은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암' 이라는 질병을 전문으로 보장하는 암보험이 사라진 대신, 보험사들은 특약 형태로 암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주로 종신보험이나 요즘 유행하는 통합보험에 암 보장을 특약 형태로 끼워 판매하는 건데, 종신보험이나 통합보험의 보험료는 보통 10만원에서 20만원은 훌쩍 넘습니다. 보통 암보험은 2~3만원대니까 저렴하게 암에 대한 보장을 받을 수 있었던 소비자들로서는 부담이 상당히 커지게 됐고, 형편이 어려운 일부 계층은 암 보장 혜택에서 아예 제외될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보험 전문가들은 이런 보험사들의 행태를 강도높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보험사들은 암보험 손해율이 100%를 초과한다고 엄살을 부리고 있지만, 사실은 암 보험 전체적으로 손해를 보는게 아니라 일부 입원비와 진단비 부분에서만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마치 보험사가 엄청난 손해를 보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면서 이를 계기로 암 보험이라는 귀찮은 '혹'을 떼내려는 속내가 빤히 보인다는 겁니다. 또 과거에 설계된 암보험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서 현재 보험가입자에게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특약 형태로 전환하는 것 자체가 고객보다는 수익성에 급급한 모습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수익성에 목을 맸기 때문일까요? 지난해 국내 생명보험사의 순이익은 2조 5천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무려 340%나 늘어났습니다. 국내 보험 시장이 이런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빠듯한 생활비 한 푼, 두 푼 아껴가며 보험을 꾸준히 유지한 고객이 있었겠죠. 시대가 바뀌고, 환경도 바뀌었으니 무조건 예전과 같은 보장 혜택이 있는 암보험을 판매하라고까지는 요구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국민들의 인지도가 높은 대형 보험사라면 서민들이 쉽고, 부담없이 가입할 수 있는 새로운 암보험 상품 하나 쯤 유지하는게 소비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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