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이었습니다.
경찰서 기자실에 모자를 푹 눌러쓴 한 남성이 찾아왔습니다. 그는 자신을 뮤지컬 배우라고 소개했습니다. 배우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남자의 이야기에 신경쓰는 기자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평소에도 경찰서 기자실엔 억울한 일을 당했다며 불쑥불쑥 찾아오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일단 다들 하던 일에 집중하자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남자가 불쑥 망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망치로 폭행당하는 영상이 찍힌 CCTV가 있다는 말도 했습니다. 망치라니! 기자들의 눈과 귀가 번쩍 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최근에 한 작품에 출연했는데 제작사에서 출연료를 받지 못했고, 제작사 간부가 출연료를 준다고 해서 찾아갔더니 돈은 안주고 망치로 때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CCTV를 봤습니다.
멀리 흐릿하지만 손에서 무언가를 들어 내리치는 모습이 잡혀있었습니다. 멱살을 잡고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돈을 못 받은 것도 억울한데, 망치로 폭행까지 당하다니요.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배우를 인터뷰하고 망치로 폭행했다는 당사자, 제작사 간부를 만났습니다. 간부는 폭행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계획한 범행이 아니었고, 우발적인 사고였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망치를 들고 간 이유에 대해선 당일 공연을 준비하는 스태프가 두고 가 전해주기 위함이었지 결코 배우를 폭행하기 위해서는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진심으로 그의 말이 모두 사실이길 바랍니다.
하지만 모두 맞다고 하더라도 제작사 간부가 배우를 폭행하는 상황, 배우가 출연료를 받지 못해 돈을 달라고 아이처럼 떼를 써야 하는 상황, 우리 뮤지컬계의 씁쓸한 일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무척 무거웠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뮤지컬계 전체가 문제 있는 집단으로 매도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하지만 배우가 제발로 기자실을 찾아와 돈을 못 받았다고, 맞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도 다신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못 다한 망치폭행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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