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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 보험만 믿다간···

이번 추석 연휴는 최장 9일이 가능하다고 해서,  기분 좋게 연휴를 즐기신 분들도 많으실테죠? 그러나 저희 방송기자들에게는 연휴가 긴 것이 즐겁지 만은 않습니다. 휴일에도 방송뉴스는 쉬지 않아야 하고, 그러니 빨간 날 사나흘 중에 하루씩은 근무를 해야합니다.

에... 그건 또 방송기자의 숙명이려니 한다지만, 이번에는 9일치의 기획취재를 미리미리 해야하는 '벅찬' 일감이 떨어졌습니다.

- 당일에 발생한 뉴스 만으로는 전체뉴스 시간을 메우기 어렵기 때문에 고발·기획성 뉴스를 미리 취재해서 촬영도 해 놓고 기사쓰고 편집까지 해 놓아야 합니다. -

추석 연휴용으로 어떤 기획기사를 쓸 수 있을까, 고심하며 의원회관을 돌아다니다가 한 의원실에서 대리운전 보험이 이상해서 개정안을 발의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보좌관 말씀이, 대리운전 기사가 운전을 하다 사고가 나면 대물피해만 보상을 해주고 대인피해는 차주인 보험으로 처리하도록 '법'이 돼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설마요?"  대리운전 회사들마다 보험에 가입했다고 그렇게 강조를 했는데, 대물 피해만 보상해 준다는 게 말이나 되는 노릇입니까?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데도 그 말을 그대로 믿기가 어려웠습니다.

문제의 법은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 3조였습니다.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3조는 과거에 부탁을 해서 친지나 친구 등이 운전을 했다가 사고가 났을 경우를 대비해서 1970년대부터 쭉 있었던 조항입니다.

이럴 경우에는 차 주인의 부탁을 받고 도와주려다 사고가 났으니 피해보상까지 책임지는 것은 억울하다는 소송이 생길만 하고, 그럴 경우에 최소한 물건에 대한 피해 보상은 둘째로 하더라도 사람이 다치거나 죽은 피해는 즉각 차주인이 보상을 하도록 책임소재를 명확히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조항이 대리운전의 경우에도 고스란히 적용이 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대리운전자용 보험상품이 만들어 질 때 보험업계는 이 조항을 주목했고, 그렇다면 대리운전자 보험의 피해 보상이 대인배상까지 해줄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하는 결론에 이르렀고 그래서 대리운전자 보험은 대인피해의 경우 책임보험의 한도를 넘는 경우에만 보상을 한다는 단서조항이 달리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책임보험의 한도란, 보통 운전자들이 보험을 들 때 타인에 대한 부상시 최고 2천, 사망시 최고1억 같은 <대인배상 1>의 한도를 말합니다.

만약에 이 제약조항이 없었다면 대리운전자들의 보험금은 매우 높은 수준이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하여튼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대리운전 보험이기에, 보험 든 대리기사라고 아무리 믿고 맡겨도 사람이 다치는 피해가 나면 꼼짝없이 차주가 보상을 해야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소비자 보호원의 상담 내역을 제가 취재해 봤더니, 2009년에 소보원에 상담한 사례가 6건 정도, 2010년에는 5건 정도였습니다.

제가 취재한 분의 경우는, 본인과 부인 운전특약으로 보험을 들었는데, 대리운전 기사가 오토바이와 충돌하는 사고가 나자, 오토바이 운전자에 대한 피해보상금이 차주 책임으로 돌아온 것은 물론이고, 본인-부인 한정특약 때문에 대리운전기사가 운전했다고 해서, 자신과 부인이 다친 것은 보험금도 받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경우까지 겪었습니다.

뒤늦게 보험회사에서 대리운전 특약이 있다고 하더랍니다. 운전자 한정특약을 할 경우에 대리운전기사가 운전을 해도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특약이 있습니다. 당하고 나면 '환장'할 일인데요, 이런 문제점이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고, 또 사고가 나고, 하필 그 사고에서 인명피해가 나고 해야만 알 수 있는 문제였기 때문에 당하지 않을 때까지는 모를 수 밖에 없는 일이었습니다.

대리운전업은 이제 당당히 한 업종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대리운전업에 관한 법규정도 없고, 마치 전체 업종이 아르바이트 처럼 취급받다 보니, 대리 기사들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보험만 해도 기사들이 보험금을 100% 부담하고 일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리운전 보험만 배상 폭을 넓히면 무엇하겠습니까?

업체와 기사가 부담 비율을 나누도록 하는 등 법적 보완책이 시급합니다.

국회에는 2009년 6월에 손숙미 의원 대표 발의로 '대리운전업에 관한 법' 제정안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 법에는 대리운전회사의 보험가입 의무화와 사고시 대리운전보험이 1차로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1년이 넘도록 아직 상임위에서 논의중일 뿐입니다. 또 곧 권경석 의원 대표 발의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부분 개정안이 발의될 예정입니다. 문제의 3조를 고쳐 대리운전기사가 운전을 했을 경우를 예외로 하도록 했습니다.

정치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안은 단독 상정, 날치기 의결도 마다하지 않는 정치권이지만, 국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고쳐야 한다고 하는 법안은 발의가 되고 나도 언제 법이 만들어질지... 글자 몇 개 고치기도 너무 힘들어서, 마른 하늘에 비오길 기다리듯 하늘만 바라보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우는 아기 떡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죠? 뭐든 소리내서 징징대고 엉엉 울고 그래야만 하는 것인지, 그러지 않고 서로 서로 점잖게 지적하고 부지런히 고쳐 주고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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