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을 보신 분들이 계신가요? 오늘 이 사진을 보는 순간, 가슴이 울컥했다고 할까요.
기사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습니다만, 사진의 주인공은 '리시아 론줄리'라고 하는 이탈리아 의원입니다. 올해 35살인데요, 안고 있는 아기는 8월 10일에 태어나 갓 6주가 지난 자신의 딸 '비토리아'입니다.
론줄리 의원은 현지 시간으로 지난 22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에 아기를 안고 등원해 큰 화제가 됐습니다.
그날 론줄리 의원과 딸의 사진을 좀 더 찾아봤습니다.
안건에 대해 표결을 한 뒤 곤히 잠들어 있는 딸아이 이마에 입맞춤을 하는 론줄리 의원의 모습은 보통 엄마들의 모습과 똑같습니다. 론줄리 의원은 일부러 딸을 데리고 의회에 등원했다고 합니다. 외신을 보니 이런 말을 했더군요.
"임신과 직업, 사회생활과 가사를 쉽사리 병행할 수 없는 모든 여성들을 대변하기위해 상징적으로 내 딸을 데리고 왔다"
론줄리 의원이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갖고서 아기를 의사당 안으로 데려왔는지는 일단 접어두고라도 충분히 공감할만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외신을 보니 이렇게 딴지를 걸었더군요.
"아기가 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일만한 드문 경우였다. 만약에 아기가 깨었더라면, 론줄리 의원은 다른 의원들의 주의를 산만하게해서 집중하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론줄리 의원과 비토리아의 사진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나라보다는 사회보장제도가 발달했다는 유럽도 저렇구나! 특히 저에게는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이 한명 있어서인지 좀 더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할까요.
저도 남자지만 이 땅의 남자들은 참 이중적이라는 생각입니다. 자기 엄마와 누이, 아내, 딸은 절대로 이러이러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다른 여성들에 대해서는 전혀 반대되는 행동을 보이는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내 어머니와 내 누이, 내 아내와 내 딸은 사회 생활에서 절대 차별받아서는 안 되고, 직장에서도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들의 직장에서는 은근히 여성 차별적인 모습을 보이는 남성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함께 일하는 여기자들을 대하면서, 특히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 여기자들을 대하면서 육아에 대한 부담을 고려하지않고 가끔 편견을 가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육아에 대한 부담과 희생은 알겠지만, 당신들도 남성들과 특혜없이 똑같이 경쟁해야한다는 논리였습니다.
다시 론줄리 의원으로 잠시 돌아가보겠습니다.
론줄리 의원은 원래 간호사였는데, 일을 잘해서였는지 병원 운영 책임자로 승진했고, 이후 능력을 인정받아 선거에도 출마해 정치인이 됐습니다. 론줄리 의원은 자신의 전공을 살려, 현재 유럽의회에서 환경.보건.식품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도 제 딸이 크면 남자들에게 주눅들지않고 늘 당당하게 사회생활을 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 딸이 론줄리 의원처럼 능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때론 아기를 일터로 데려갈 수 있는 대범함과 용기, 억척스러움도 함께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특히, 결혼이나 육아 때문에 절대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이런 바람은 저 뿐 아니라 딸을 가진, 아니 맞벌이 아내와 함께 사는 모든 남성들의 바람이 아닐까요!
그에 앞서 무엇보다 저 자신을 포함해 이중적인 남성들의 사고방식부터 바뀌어야할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쉽지않다는 일일 겁니다. 단순한 남성들의 사고방식의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사회, 문화, 경제적으로 얽힌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론줄리 의원과 딸 비토리아의 사진을 보면서, 세상 곳곳에는 아직도 깨뜨려야 할 보이지않는 '벽'들이 많다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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