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토막살해 경찰 뇌사…불구속 수사

아내를 토막살해한 경찰 간부가 자살을 시도해 뇌사 상태에 빠짐에 따라 경찰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아내를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 내 유기한 혐의(살인 등)로 조사를 받은 서부경찰서 모 지구대 김모(57) 경위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함에 따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김 경위는 지난 20일 오후 경찰서 유치장 화장실에서 화장지를 삼켜 자살을 시도해 뇌사 상태에 빠져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김 경위가 1∼2일 내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면 수사를 끝내고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경찰은 김 경위가 살해하고 토막 내 저수지에 유기한 아내 백모(43)씨의 시신이 이미 발견됐고, 김 경위의 집, 욕실, 차량 등에서 발견된 혈흔 9점, 김 경위의 자백 등을 근거로 혐의 입증에는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김 경위의 전처(당시 37세) A씨가 1994년 행방불명된 사실이 새롭게 밝혀짐에 따라 김 경위와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 경위와 1975년 결혼해 아들 2명을 둔 A씨는 1994년 4월께 가출한 뒤 행방불명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경위는 살해한 백씨와 같은 해 7월께 혼인신고를 했다.

경찰은 "가족들이 단순 가출로 보고 있고, 김 경위가 뇌사 상태에 빠져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도 "김 경위가 곧바로 결혼을 하는 등 전처의 실종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아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지방경찰청은 김 경위가 유치장에서 자살을 기도한 것과 당일 근무자 등을 상대로 감찰 조사에 착수했다.

광주지방청은 김 경위가 19일 밤에도 한차례 자살을 기도했다가 실패한데다 백씨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자포자기 심정으로 자살을 기도할 개연성이 컸음에도 근무자들이 김 경위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한 경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김 경위가 유치장에 입감된 지 불과 1~2분 만에 자살을 기도한 점과 인권침해 논란 때문에 CC(폐쇄회로) TV로 화장실까지 감시할 수 없었던 정황이 고려되겠지만 엽기 행각을 벌인 피의자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은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광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