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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라이터(EyeWriter) 1-눈으로 그린 그림

전신마비 예술가, 눈동자로 그림 그리다

'인천 송도 투모로우 시티에서 열리고 있는 '인다프(INDAF),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에 가면 '아이라이터(Eyewriter)'라는 작품이 전시돼 있습니다. '아이라이터'는 안경 프레임에 카메라와 전자부품이 달린 기기인데요, 전신마비 환자가 안구의 움직임을 이용해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기기를 말합니다.

이 기기의 탄생에는 토니 콴이라는 미국의 예술가가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습니다. 토니 콴은 'TEMPT 1'이라는 이름으로 LA 지역에서 활동하던, 유명 그래피티 아티스트이며 작가였습니다. 그런데 2003년 갑작스런 루게릭 병 발병으로 전신이 마비됐습니다. 수년 동안 병원 침대에서 생활해온 토니는 창작 활동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의사소통마저 극히 어려운 상황이었지요.

2008년, 토니 콴에게 소통과 창작의 기쁨을 되돌려주기 위해 젊은 예술가들과 엔지니어 그룹이 모였습니다. OpenFrameworks, Graffiti Research Lab, Free Art and Technology, The Ebeling Group에서 활동하는 에번 로스, 크리스 서그리, 자크 리버맨, 테오 왓슨, 제임스 파우더리가 주축이었습니다. 돈을 벌기는커녕 자신들의 돈을 써야 했지만, 이들은 이 프로젝트에 열정을 쏟아 부었습니다.

이들은 눈동자 외에는 신체의 모든 부분이 마비된 토니를 위해, 안구 움직임을 이용해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도록 하는 기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실제 제작 과정에서 토니는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일반인의 눈동자 근육은 그리 강하지 않아서 실제로 전신마비 환자가 사용했을 때 어떤 성능을 보여줄지 시험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몇 달간 공동 작업 끝에 이들이 내놓은 기기가 '아이라이터' 첫 버전입니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에 사용되는 카메라 등 시중에서 구하기 쉽고 저렴한 부품들이 사용돼 제작비가 50달러에 불과했고, 제작 매뉴얼과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소스는 모두 공개됐습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안구 움직임 추적 장치가 시중에 나와있기는 합니다만, 시중의 제품은 2만 달러가 넘습니다.) 

'아이라이터' 덕분에 토니는 7년 만에 다시 그림을 그렸습니다. 병원 침대에 누운 채 그가 눈동자로 그린 그림은 몇 마일 떨어진 LA 도심의 건물 벽에 투사돼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아이라이터 프로젝트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개발팀은 LA에 이어 뉴욕, 영국 런던, 인도 뭄바이에서도 그 지역에서 구한 부품을 사용하고, 그 지역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참여시켜 아이라이터를 만들었습니다.

'아이라이터'는 '오픈 소스 운동'의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는 프로그램 소스를 독점하지 않고 일반에 공개해, 많은 개발자들이 계속해서 프로그램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참여하도록 합니다. 지금도 ‘아이라이터’의 성능은 계속 향상되고 있지요. 얼마 전에는 환자가 안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아이라이터’ 2.0 버전이 새로 나왔다고 합니다.

지금 인다프에는 아이라이터 기기와, 아이라이터로 구현한 영어 알파벳 폰트, 그리고 토니가 아이라이터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담은 짧은 다큐멘터리 필름이 함께 전시되고 있습니다. 예술과 기술, 그리고 휴머니즘의 만남이라 할 만합니다. 이만하면 왜 ‘아이라이터’가 디지털아트페스티벌 전시장에 출품됐는지 아시겠지요?

그런데 저는 이 전시회를 취재하면서 큐레이터로부터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이라이터 개발의 주역 중 한 사람인 제임스 파우더리 씨가 지난 학기부터 한국의 한 대학 초빙교수로 시각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는 겁니다. 제 귀를 더욱 쫑긋하게 한 것은, 파우더리 씨가 한국판 아이라이터를 만들고 싶어한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파우더리 씨를 만나게 됐습니다.

(2편은 다음에 이어집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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