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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뒤통수 친 한은 총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두 달째 동결했습니다.

물가상승 압력은 높지만 대외경제 여건은 불확실하다는 것이 이유인데요. 

김중수 한은총재는 금리결정 뒤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현재의 기준금리 2.25%가 바람직하지 않지만, 미국 등 주요 국가의 경기회복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금리동결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김 총재는  세계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 딥까지는 아니더라도 불확실성은 높아졌다고 밝혔는데요. 부동산 가격 역시 중요한 변수로 고려했다고 말했습니다.

물가와 경기를 주요 요인으로 볼 뿐 부동산 시장 같은 자산 시장은 금리결정의 중요한 고려 사항으로 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중앙은행의 관행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물가상승 압력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며 물가상승률 3%는 넘지않아야 될 선이라고 강조해 최소한 연내 한 차례는 금리를 올릴 수도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시장에서는 한국 은행의 이번 결정을 놓고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요. "한은 총재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는 험한 말까지 나오면서 "통화당국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동안 김 총재가 공개 석상마다  물가 압력을 강조하면서 금리인상을 강력히 시사해 놓고선 정작 금리를 동결하자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와 결정이 다른 한은총재의 말을 어떻게 신뢰하겠냐는 거죠.

정부가 기껏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는데 금리를 올리면 정책효과가 떨어질 까봐 한은이 눈치를 보고 실기했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비정상적인 저금리 수준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경제에 거품을 끼게 할 위험이 높은데, 지금 금리를 올려도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는 1년 정도 뒤에 나타나는 시차가 있는 금리결정을 지나치게 단기적인 판단으로 했다는 겁니다.

하반기로 갈수록 경제지표가 좋지않게 나올 가능성이 높은데 그럴 때마다 정부 압력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과연 금리인상을 할 수 있겠냐는 것도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의 주된 내용입니다.

삼성증권은 공개 보고서를 통해 한은의 독립성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한국은행 총재의 말보다는 청와대나 정부 입장을 주목해야할 것 같다는 냉소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했는데요. 예상 밖의 금리 동결 결정은 채권 시장을 요동치게도 만들었습니다.

통화정책을 합리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인식이 시장에 퍼지면서 그동안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올랐던 채권 금리가 크게 떨어졌는데요. 대표적인 채권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하루에 무려 0.26%P 급락해 1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연 3.35%까지 내려왔습니다.  지난해 1월 기록한 사상 최저 금리 연 3.28% 근처까지 미끄러진건데요.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0.2%P나 급락했습니다.

김중수 한은총재가  IMF가 내년까지 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한 중립적 금리 수준인 연 4.25%를 사실상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히면서 하락 폭이 커졌는데요. 그동안 채권을 대량 매수했던 외국인들도 일제히 팔면서 차익실현에 나섰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한은이 외국인들이 채권 시장에서 돈을 벌고 나갈 기회를 줬다는 반응도 있는데요. 주식시장은 채권시장과 달리 상대적으로 담담하게 반응했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금리동결 소식에 장중 하락세로 돌아서기도 했지만, 결국 사흘만에 반등해 1780선 위로 올라섰습니다. 금리인상 기대로 상승세를 보였던 보험주는 급락한 반면 부동산 대책에 이어 호재를 만난 건설주는 강세를 나타냈습니다.

이성태 전 한은총재는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을 '거함'에 비유했습니다. 작은 배는 쉽게 방향을 바꿀 수 있지만 큰 배는 항구에 안전하게 정박하기 위해선 먼 바다에서부터 방향을 틀여야 한다는 점을 멀리 내다보고 판단해야하는 금리 결정에 비유했는데요.

지난 7월 금리를 올리면서 거함이 방향을 돌렸다는 인식이 팽배했는데 다시 거함이 갈팡질팡하면서 금융 시장이 경제에서 제일 싫어하는 '불확실성'에 직면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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