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안에 대해 '입맛'에 맞는 내용만 전하는 북한 매체 특유의 보도 행태가 이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8월 26∼30일)에서도 어김없이 재연됐다.
북한 매체들의 그같은 보도 방식은 결국 사실 관계의 왜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번까지 올해 두 차례 이뤄진 김 위원장의 방중 후 보도를 비교해보면 그런 문제가 극명히 드러난다.
이번 방중과 관련해 중국 신화통신은 6자회담 재개와 중국의 개혁개방 성과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내보인 김 위원장 발언을 집중 부각시킨 반면 북한 매체들은 '대를 잇는 북중 친선'의 중요성에 대해서만 고장난 녹음기처럼 반복 보도했다.
예를 들어 신화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제안성 발언에 김 위원장이 "중국과 긴밀한 대화,협력을 통해 조속히 6자회담을 재개하길 희망한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이 빠른 발전을 이룩했고 어느 곳이든 생기가 넘친다"고 답한 대목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누가 봐도 뉴스밸류가 높은 이런 사실들을 "공동의 관심사로 되는 국제 및 지역 문제, 동북아시아 정세와 관련해 허심탄회하고 진지하게 의견을 교환했고 완전한 견해 일치를 봤다"는 식으로 뭉뚱그려, 결과적으로 무슨 뜻인지 알수 없는 '선문답'꼴이 됐다.
북한 매체들의 이런 '입맛대로' 보도 행태는 지난 5월 3∼7일 방중 때도 여실히 나타났다.
당시 중국의 신화통신은 김 위원장의 귀국 당일 북중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후 주석이 '내정 및 외교 분야의 소통 강화' 등 5개 항을 제안한 내용은 물론 정상회담 후 열린 만찬 발언, 김 위원장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오찬 회동, 이 자리에서 원 총리가 "북한에 중국의 개혁개방과 경제건설 경험을 소개해주고 싶다"고 제안한 사실 등을 자세히 전했다.
이에 반해 북한 매체들은 이런 팩트들을 한 줄도 언급하지 않은 채 "6자회담 유관국들이 9.19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전혀 다른 내용만 보도했다.
5월 방중 때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북한 땅을 밟기 전엔 철저히 함구하는 '방중 보도' 관례를 깨기도 해, 뭔가 북한 내부에서 혼선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북중 국경을 넘기 7시간 전인 5월7일 오전 9시께, 북중 정상회담 등 베이징 일정을 완전히 뺀 채 '김 위원장이 다롄(大連)과 톈진(天津)의 산업시찰을 돌아보고 왔다'는 식으로 방중 사실을 전한 것이다.
그러고 나서 27시간 후인 이튿날 정오 뉴스시간에 다시 방중 소식을 다루면서 그제야 북중 정상회담 사실을 전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내용에는 입을 닫았다.
이번 방중의 경우 '김일성 혁명유적지' 방문 일정이 포함됐기 때문인지 중앙통신의 기사 스타일이 상당히 감성적이라는 지적도 일부 나왔다.
하지만 전체 기사의 분량은 이번이 'A4 4장' 정도여서 5월 방중 때 2차례 보도를 합친 'A4 5장'과 비슷했다.
조선중앙TV와 라디오인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은 김 위원장이 중국에서 돌아온 지난달 30일과 31일 정규 뉴스시간마다 후 주석과의 정상회담 등 방중 성과를 반복해 전했는데, 이런 '되풀이 보도'는 5월 방중 때도 동일하게 이뤄졌다.
(서울=연합뉴스)
어김없이 재연된 북한 매체 '입맛대로'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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