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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면책자 꼬리표에 발목, 벌레 보듯 모욕감

<8뉴스>

<앵커>

지난 8.15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패자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지는 공정한 사회를 강조했는데요. 과도한 채무에서 벗어나 부활을 꿈꾸는 파산 면책자들에겐 이런 말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이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법원에서 파산 면책 결정을 받은 40살 김모 씨.

얼마 전 아이와 함께 휴대전화를 개통하러 갔다 심한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김모 씨/파산 면책자 : 아이 앞에서 매장 직원이 '파산 면책 기록이 있으시네요' 하는 소리까지 들었으니까요. 벌레 보듯하는 눈빛으로 이야기할 때 눈물이 났지만... 아이 앞에서 울고 싶지는 않았어요.]

정수기나 비데 같은 할부 구매 상품은 물론이고, 렌터카 이용도 거부당합니다.

[생활용품 렌탈업체 직원통화 : 비데기를 빌리려고 하는데요.(주민번호 부탁드립니다.) 000000 입니다. (죄송합니다. 지금 확인해봤는데. 채무 불이행 기록이 있다고 나옵니다.)]

41살 박모 씨도 파산 면책 결정 이후, 직장을 알아봤지만 면책자 꼬리표가 끝내 발목을 잡았습니다.

[박모 씨/파산 면책자 : 법상으로는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는데 다 그렇게 해요. 사람 살게끔은 해줘야 할 것 아니에요. 차라리 이건 살아있는 감옥이에요. 진짜.]

이런 파산 면책자는 재작년 기준 13만 3천여 명.

법적으로 패자 부활의 기회를 얻었다지만, 햇살론, 미소금융 등 서민층 자활을 위한 금융상품 혜택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고, 면책자 꼬리표가 계속 따라다닙니다.

[홍종학 교수/경원대 경제학과 : 백지상태에서 출발을 하도록 하는것이 매우 중요하다. 시작하도록 하는게 중요한데 패자가 부활한다는 원래의 취지를 전혀 못살리고 있는겁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면책결정 이후에도 철저한 경제교육을 실시하고 파산 면책자만을 위한 특수은행을 설립하는 등, 재기를 위한 근본해법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처럼 파산면책이라는 근본 취지를 살릴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이 우리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영상취재 : 김성일, 신진수, 영상편집 : 조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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