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가 한 차례 무산됐습니다.
한나라당은 27일 오전 인사청문특위를 열어 청문보고서를 채택하고 오후 2시에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상정하자는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전에 열린 인사청문특위에서부터 야당의 거센 저항을 받았습니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의혹 해소를 위해 제출하겠다고 답변한 여러 자료를 아직도 가져오지 않고 있다며 청문회 과정이 끝나지 않은 만큼 청문보고서 채택은 가당치 않다는 것이 야당의 논리였습니다.
여당은 김태호 총리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의혹 제기와 비판은 청문보고서에 질의응답 내용까지 소상히 넣었으니 적합하냐 부적합하냐의 여부는 본회의에서 표결로 따지고 청문보고서는 채택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이경재 위원장이 오전이라는 시한이 다가오는 11시 50분경, '청문보고서 안건을 상정합니다' 라고 말하며 의사봉을 두 번 땅 땅 치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민주당의 박영선, 박선숙 의원이 의장석으로 재빨리 나오며 '그러시면 안 된다' 완곡히 항의한 끝에 회의를 정회하고 말았습니다.
이경재 위원장은 이후 속개된 회의에서도 야당 위원들의 반대 의사를 무릅쓰고 안건을 상정해 표결 처리하지 않았습니다.
여야 원내 지도부 간의 물밑 협상에서 김태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굳이 오늘 본회의에서 처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의를 봤다는 연락을 회의 중간에 받았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은 어제까지만 해도 장관 후보자 한두 명은 야당이 주장하는 대로 낙마시킬 수 있지만, 총리는 어떻게 해서든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을 처리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한발 물러선 배경은 무엇일까요?
일방적으로 신속히 밀어붙이지는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단순한 시간 끌기일까?
아니면 김태호 총리 후보자에 대한 여론을 더 지켜본 뒤 정하겠다는 청와대의 신중함이 전달됐을까? 아니면 순수하게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흠이 너무 많아 총리로 임명하면 안 되겠다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양심을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한 수순일까?
아마도 이 세 가지가 이번 주말에 동시에 작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제 8시 뉴스가 방송되고 있을 무렵, 회사 정치부로 걸려온 한 시청자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분의 말씀을 옮겨보겠습니다.
"내가 정부에서 도와준다는 햇살론을 받으러 며칠 전에 저축은행에 다녀왔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말만 잘하면 10억 원도 은행에서 척척 빌리던데, 나는 왜 은행에서 대출 한번 받기가 그토록 어려운가? 대통령이 친서민 한다고 했으니 우리도 그렇게 해달라."
"고생만 했다는 부인은 남편한테 밑반찬 한 번 안 만들어 줬나 보더라. 직접 라면 끓여 먹고 다녔다고 하는 거 보니."
"추석 때 형제·자매들 모이면 이번에 다들 싸우겠다. 누구는 형제라고 척척 돈을 빌려 주고 그러는데 형은 뭐냐, 동생 너는 뭐냐 하면서."
그리고 물으셨습니다. "대통령이 이런 국민의 마음을 모르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대통령에게 내가 말을 할 수 있나? 알려주고 싶다."
첩첩산중에서도 터지는 휴대전화에, 이슈 메이커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트위터에, 정부 각 기관 홈페이지마다 자유게시판이 있고, 소통의 도구는 과거 어느 시대보다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통할 도구가 너무 많아져서일까요?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외치고 외치고 있지만, 소통은 피곤한 일이 되어 버려 외면당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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