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이틀 간 열렸습니다.
총리로 지명되자 마치 향후 대선 판도가 바뀔 것처럼 엄청난 관심 속에 중앙정치 무대로 등장한 김 후보자였지만 청문회를 거치면서 신선함과 패기보다는 미숙함과 미심쩍음 이라는 이미지만 잔뜩 얻은 채 임명동의안 처리를 기다리는 처지에 놓이게 됐습니다.
이틀간 청문회를 지켜본 저로서는 그 이유가 바로 김 후보자 자신에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 후보자의 가장 큰 실수는 바로 말 바꾸기에 있었습니다.
여야의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의 청문회 준비 과정을 너무 안이하게 본 것 아닐까...싶을 정도로 준비와 대답이 허술했습니다.
결정타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관련한 부분이었죠.
김 후보자는 맨 처음 지난 2007년 후반기 이전에는 박 전 회장을 알지도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몇시간 뒤에 후반기가 아니라 2007년 이후인데 언제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고 2007년 이후인 것은 확실하다고 말끝을 흐립니다. 이렇게 2007년에 집착한 이유는 박 전 회장측이 돈을 건넸다는 시점이 바로 2007년 4월이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 전엔 몰랐기 때문에 당연히 돈을 받지도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봤을 때 납득이 가지 않는 얘기입니다. 박 전 회장은 경남지역에서 내로라하는 기업인이었고 김 후보자는 경남 지사였습니다. 둘이 모르고 지낸다는 게 더 이상한 일 아닌가요? 또 둘이 알고 지냈다고 해서 돈을 주고 받았다고 연결지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김 후보자가 애초부터 "박 전 회장을 잘 안다. 몇 번 만나기도 했다. 같이 골프도 친 적 있다. 하지만 돈을 받지는 않았다. 아는 사람이라고 다 돈을 받나? 검찰 조사에서도 무혐의 처분 받았지 않았나. 검찰 기록도 요구하겠다." 이렇게 주장했다면 어땠을까요?
제가 보기엔 이번 기회가 오히려 김 후보자에게 드리웠던 박 전 회장의 그림자를 떼낼 절호의 기회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향후 정치 행보에서 박연차 게이트 연루설은 국회 청문회까지 통과한 사안이라며 의혹을 훌훌 털고 갈 수 있는 기회 말입니다.
하지만 지난 2006년 이미 같이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면서 김 후보자에게 제기됐던 화성종합건설 특혜 의혹, 경남개발공사 인사청탁관련 배우자의 금품수수의혹 등 다른 의혹들에 대한 김 후보자의 해명마저 의심하게 만들었습니다.
김 후보자는 여기에 청문회 모두에 배우자 관련 의혹을 제기한 야당 의원에게 "부인에게 사과하라"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물론 얼마나 억울하면 저런 얘기까지 할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그건 고위공직자의 길을 걸어야 할 사람이 청문회 모두에서 하기엔 부적절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김 후보자는 자료 제출에서도 잘못된 자료를 내놨다가 지적을 받으면 이를 다시 수정하길 여러 차례 반복했습니다. 청문회 당일까지도 의원들의 자료요구가 끊이질 않았고 이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16차례 재산신고 가운데 11차례나 오류가 있었던 것도 실무자의 착오라고는 하지만 한 여당의원 말대로 "자기 재산하나 제대로 못챙기는 사람에게 국정을 맡길 수 있느냐"라는 지적이 나올 법한 대목입니다.
부인의 관용차 사용의혹에 대해서도 공무로만 사용했다고 주장하다 부인이 진주의 한 대학에 출강하는 날짜와 관용차 사용날짜가 일치한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을 받고서야 "그랬다면 잘못"이라는 멋쩍은 대답을 하고 맙니다.
실제로 사용했는지 당시에 몰랐다면 그런 의혹이 나왔을 때 배우자에게 한 번 물어만 보면 됐을 일인데요. 관련 의혹이 나온 지 한참이 됐는데도 아직도 사실 관계를 모르고 있다는 게 놀랍기까지 했습니다.
김 후보자가 실제로 총리에 임명될지는 아직 모릅니다.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만큼 앞으로는 정신 바짝 차리고 후보자 스스로 얘기한 현장중심, 서민 중심의 정책을 잘 구현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에서 보여준 김 후보자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될줄 몰랐다면 무심한 것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안일했습니다. 어느 쪽이든 국정운영을 책임질 총리될 인물이 보일 자세는 아니었습니다.
이게 다 김태호 후보자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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