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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의 전파 낭비 사건?

KBS 경인 1TV 설치 허가 결정에 대해

지난 17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2건의 안건이 의결되고 1건은 종편, 보도PP 승인을 위한 기본계획(안)이 보고되고 논의됐습니다. 언론의 관심을 끈 것은 종편과 보도PP에 대한 것이었죠. 종편을 추진하는 곳은 물론이고 반대하는 쪽에서도 기사를 썼고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됐습니다.

하지만 정작 의결된 안건들은 별로 관심도 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조용히 넘어가도 되는지 정말 의문입니다. 바로 KBS 경인1TV 허가에 관한 겁니다.

의결된 내용은 KBS에 경인1TV와 1DTV 방송국을 허가하고 기존의 1TV와 1DTV는 새로 생기는 경인1TV 등에 포함되는 권역을 방송권역에서 삭제한다는 것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검정색을 칠해놓은 부분은 이른바 '일원', 즉 전체를 포함하는 것이고 파란색을 칠해놓은 부분은 '일부'가 방송권역에 포함되는 지역입니다. '일부'로 된 지역은 같은 행정구역 안에서 부분적으로 다른 방송이 나오는 곳이라고 보면 되겠지요.

 


이 그림은 아날로그 방송을 하고 있는 현재의 KBS 1TV의 권역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보여주는 겁니다. 현재는 서울, 경기는 물론 충청남도 일부도 서울에서 방송되는 KBS 1TV를 시청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인1TV가 생기면서 상당 부분의 방송 권역을 경인 1TV에 떼어주고 그림 오른쪽에 표시된 것처럼 현재의 1TV 권역이 줄어드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1TV와 경인 1TV는 방송 내용이 거의 똑같습니다. 경기 권역의 자체 뉴스 등 극히 일부만을 독자적으로 제작할 예정입니다. 지금도 KBS는 각 지역 방송국들의 자체 편성 비율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2008년 기준으로 5.5%에 불과합니다. 평균 95% 정도 서울과 똑같은 방송을 하고 있다는 얘기이지요.

그 작은 차이를 위해, 안 그래도 이미 방송 잘 보고 있던 지역을 쪼개 별도의 채널을 부여하는 것이 타당한 결정일까요. 더구나 과연 기존의 1TV를 그대로 보는 지역과 경인1TV 방송권으로 편입되는 지역을 나누는 기준이 뭔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정말 웃기는 건 인천 계양구와 부평구, 그리고 부천시 오정구입니다. 아마도 용문산에서 발사되는 경인1TV의 전파가 잘 도달한다는 이유로 보이는데 방송권역으로만 보면 섬을 만드는 겁니다. 기존의 1TV 권역 안에 경인1TV권역이 섬처럼 생기는 겁니다. 또 동두천은 기존의 1TV 권역에서 빠지면서 경인1TV 권역에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KBS1TV 방송권역에서 아예 빠져버린 겁니다.

선거구를 이런 식으로 만든다면 게리맨더링이라는 욕을 피할 수 없겠지요. 디지털 TV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더 황당한 부분은 지금부터입니다. 아시다시피 서울의 1TV는 남산을 연주소, 즉 주된 송신소로 전파를 쏩니다. 신설되는 경인1TV는 용문산에 있는 중계소를 연주소로 씁니다. 그러다보니 촘촘이 짜여있던 수도권의 KBS 중계망이 헝클어지게 됩니다. 기존에는 방송 잘 보고 있었는데 이제는 지상파로는 제대로 방송을 보기 어려워지는 지역이 많이 생긴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방통위는 이상한 허가 조건을 달았습니다. 바로 방송구역 조정 과정에서 난시청 가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것과 경인 1TV의 가시청가구 비율 확대를 위한 계획 이행 상황을 매년 보고하라는 겁니다. 방통위 스스로 난시청 가구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한 셈입니다.

또 있습니다. 권고 사항이라는 게 발표됐는데, 경인1TV 난시청 지역의 시청자가 경인지역 케이블 TV를 통해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라는 겁니다. 세상에. 방송 권역을 조정하면서 없던 난시청이 생기고, 그걸 해결하는 방안으로 지상파를 케이블 TV를 통해 시청하도록 하라고 방통위가 권고한 겁니다.

케이블 TV는 무료 서비스가 아닙니다. 디지털 방송으로 바뀌면 요금이 대폭 인상됩니다. 그런데 무료 방송 서비스를 확대해도 시원치 않을 상황에, 방통위가 나서서 케이블 TV 영업을 도와주는 것이나 다름 없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경인1TV를 만드는 이유를 두고 말이 많습니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서울시장에 비해 방송에 노출되는 빈도나 낮은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해온 것과 연관이 있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수도권에 취재인력을 조금 더 투입하고, 수도권 뉴스를 좀 강화해도 될 일을 이렇게 아예 방송을 나눠가면서까지 무리를 하는 건 구조조정을 회피하고 새로운 자리를 만들려는 KBS 내부의 필요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MBC는 지금 진주MBC를 창원MBC로 통합하는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KBS 역시 그동안 구조조정을 외쳐왔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흐름에 맞지 않습니다. 더구나 정치적인 행위로밖에 볼 수 없는 이런 결정으로 이래저래 수신료 내는 시청자들만 골탕을 먹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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