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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메시지 "후회는 없다"

말 잘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오늘(미국 시각으로 18일) 멋진 말을 하나 했습니다.

"후회는 없다."

무슨 사연이냐 하면, 얼마 전 뉴욕 9.11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 근처에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를 짓기로 결정됐습니다. 이슬람 성전을 주창하는 세력에 의해 미국 역사상 최악의 테러를 당한 현장에 하필이면 모스크냐는 반발 여론이 강하게 일었습니다.

이후 침묵을 지키던 오바마 대통령이 며칠 전에 이슬람권의 라마단을 축하하는 만찬 자리에서 "이슬람교도들인 무슬림들이 미국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종교를 믿을 권리를 갖고 이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9.11테러 현장에 모스크를 짓는 문제가 논란이 된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즉각적으로 이슬람 사원 건립을 찬성하는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보수층과 공화당 측이 기다렸다는 듯이 반발하고 나왔습니다. 가뜩이나 이름 가운데 후세인이라는 이슬람식 이름이 포함돼 있어 이슬람교도라는 오해를 받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그런 얘기를 했으니 공화당 측에서는 노골적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는 거죠.

하지만, 언론의 잇단 보도 속에 자신의 발언이 논란의 한 가운데 서자 오바마 대통령은 그 다음 날 휴가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걸음 물러선 발언을 했습니다. " 내가 얘기한 것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권리를 말한 거다. 그라운드 제로 근처에 모스크를 짓는 결정에 대해 말한 게 아니고 앞으로도 얘기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이죠.

하지만 이미 가열될 대로 가열된 논란은 대통령의 해명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공화당 측은 "오바마 대통령이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모스크 건립에 대한 찬반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서 왔다갔다하는 게 다분히 중간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행보라는 거죠. 공화당 상원 선거위원회 존 코닌 의장은 "종교의 자유 문제가 아니다.대통령의 발언은 국민의 생각과 거리가 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그 발언을 심판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이슬람교도들의 표심을 잡으려 한다면 공화당은 "모스크 건립은 9.11테러 희생자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백인 보수층의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모스크 건립과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이 중간선거의 쟁점으로 부상한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바로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한 것입니다. "내 얘기가 틀린 얘기가 아닌 만큼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는 거죠. 오바마 대통령이 오하이오주의 중산층 집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방송사 기자의 질문에 대한 간결한 대답이었습니다. 후회하지 않는다는 오바마 대통령이 중간 선거 후 후회하게 될지 여부는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이번 논란을 지켜보면서 저는 정치인, 그것도 냥 정치인이 아닌 대통령의 메시지가 갖는 무게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미국 언론들도 그런 맥락에서 여론조사도 하고많은 관련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부시 전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평가를 조사한 CNN 보도였습니다. 미국 시청자들이 보낸 의견을 정리해서 각각의 대표적 의견들을 보도한 것인데요,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부시가 바보였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부시는 지적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말을 길게 하지 않았다. 그의 메시지는 이슬람은 악, 기독교는 선이었다. 부시의 말을 들으면서 우리는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됐다. "

"오바마는 말을 참 잘한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첫손가락에 꼽힐 도의 연설가다. 그런데 그의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 오바마는 말을 잘하는 대신에 결단력이 부족하고 좌고우면하는 인상을 준다."

이런 시청자들의 의견을 전하는 가운데 뉴욕주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모스크 건립 찬성의견이 27%, 반대 의견이 63%라고 나왔다는 소식도 전했습니다. 

결국,이번 모스크 건립과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이 정작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에는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지는 않은 셈입니다. 얻은 게 있다면 소수를 배려하고 보호하겠다는 확고한 소신의 소유자라는 인상을 굳힌 거죠. 

다시 제 소회로 넘어가 말씀드리면 대통령도 정치인입니다. 그리고 정치인의 발언은 다분히 계산속에서 나옵니다. 대통령 정도 된 정치인이 자기 얘기가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국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맞붙어 있는 사안에서는 어느 한 쪽 편을 드는 발언을 잘 하지 않습니다. 이 쪽도, 저 쪽도 소중한 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예외적인 정치인이 있었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입니다. 정치인생 모두를, 대통령 임기 5년을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분명한 소신을 강조하고 때로는 강요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자기 의견을 내세웠습니다. 정치권을 뒤흔들었던 '대연정' '개헌'에 관한 발언, "어디서 굴러 들어왔는지도 모르는 놈, 노무현이가 하는 건 다 반대해야 한다는 것 아닙니까?"는 거침없는 발언. '대통령짓 못해 먹겠다."는 탄식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식 발언이 대통령으로서 적합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중의적으로, 복합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노 전 대통령은 가능한 줄이려 했습니다. 자기를 지지하지 않는 어느 한 쪽의 표까지 가져올 욕심은 갖지 않겠다는 솔직한 표현일 수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그런 면에서는 비슷합니다. 다만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가 내뱉은 발언은 정치권과 언론에서 이중적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바마 역시 미국 정치권은 물론 미국 사회에서 주류의 길을 걸어온 인생이라고는 보기 힘듭니다. 하버드 로스쿨을 나왔다고 그가 백인 보수층인 것도 아니고,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워싱턴 정치권이 그를 주류로 받아들이지도 않습니다. 오바마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말끝마다 워싱턴의 정치문화를 비판하고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쿨한 대통령임에는 틀림 없어 보입니다. 논란속에 서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정치인으로서 할 수 없는 숙명이고, 오히려 정치인이라면 가끔씩은 기꺼이 뛰어들어야 존재가치를 인정받기도 합니다.

그래도 "내 발언이 생각이 짧은 데서 나왔고, 지금은 후회한다."고 하는 것보다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는 없다."면서 돌아서는 오바마의 뒷모습이 작아보이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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