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넘게 취재파일에 글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유럽식의 장기간 바캉스를 다녀와서 그런 것………………… 은 아니고 글을 쓴다는 행위의 무게가 감당할 수 없이 무겁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였습니다.
이런 저런 잡문을 마구 쓰던 주제에 느닷없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입적하신 법정 스님 때문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셨다는 '말 빚을 세상에 남기지 않고 싶다'는 말씀이 갈수록 바위 덩어리 같이 마음을 누르는 느낌이었습니다. 법정과 같이 세상에 깨우침을 주는, 눈을 뜨게 해주는,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글을 쓰신 분도 내놓은 말을 빚으로 느끼는데, 하물며 나는 어떨까. 설익은 글로 세상을 오히려 혼탁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닌지, 적어도 무가치한 소음을 쏟아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겁이 더럭 났습니다. 그냥 이대로 계속 업을 쌓아도 되는지 혼란스러웠습니다.
또 최근 겪은 몇가지 일도 글을 쓰려는 제 손을 붙잡았습니다. 다른 어떤 출입처에 있을 때보다도 법조 기자로서 쓰는 글은 제 의도와 무관하게 해석되고 옮겨질 가능성이 크더군요.
'광우병'과 관련해 올린 글은 제 평생 처음 경험해보는 막대한 조회수와 댓글에 놀라야 했습니다. 또 다른 글은 어느 언론매체에서 해몽을 너무 거창하게 해주셔서 당혹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좀 더 확실하게 알고 신중하게 써야겠다는 경각심을 얻게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한 달 넘게 글을 쉬었습니다. 취재파일 쓰는 일의 한 가지 좋은 점은 누구도 '원고 마감'을 독촉하지는 않는다는 것. 글로 옮기고 싶은 말이 제 마음 속에 흘러 넘칠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봤습니다. 그런데 뜻과 생각이 고이기보다 점점 더 말라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 글도 우물과 같은가 봅니다. 퍼올리지 않고 가만히 놔두면 오히려 물이 썩고 메말라서 못쓰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다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고쳐서 생각해보니 제가 모든 것을 다 알고, 또는 모든 일을 다 올바르게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글을 쓸 수 없다면 이 세상에 글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몇명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제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래서 제 진정을 담아 글을 쓴다면 그에 대한 찬성과 반대, 또는 또하나의 의견으로 참조하시는 분들에게 조그마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몇 분이라도 한번쯤 그 일을 생각해보고 자신의 의견을 강화하거나, 어쩌면 바꾼다면 또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까 여기기로 했습니다.
이런 글을 쓰다보니 누군가 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군요. "지가 뭐 대단한 글쟁이라고 글을 쓰네, 마네 유세람. 지가 글을 쓰든지, 말든지 누가 신경을 쓸 것이라고." 그저 제 글을 찾아 읽으시는 분이 계시다면 글을 띄엄띄엄 쓰는 이유에 대해 변명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요.
글쓰기…그 참을 수 없는 무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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