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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재(三災)'에 휩싸인 물가

전기와 가스 같은 공공요금 인상으로 상승압력을 받고 있던 물가가 해외발 악재로 원유와 곡물 가격 급등 조짐까지 나오면서 삼각파도에 휩쓸릴 위기에 놓였습니다.

원유 가격은 국제사회의 이란 경제제재 문제로 불안해지고 있고, 곡물가격은 러시아의 전격적인 수출중단 발표로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원유와 곡물의 경우 가격 인상은 여러 제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데다 물가상승에도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는데요. 문제는 원유와 곡물 가격 불안을 가져오는 원인이 해외발 악재여서 우리가 어떻게 관리하기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우선 원유는 우리나라의 전체 원유 수입량의 80%를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지난 주에만 5달러 가까이 뛰면서 80달러를 육박하고 있습니다. 아직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가 본격화되지도 않았는데 두바이유가 들썩이고 있는 겁니다.

보통 국제유가가 오르면 2주 정도 시차를 두고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 인상을 가져오고,
유류 제품 가격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는데요. 만약 정부가 이란에 대한 독자제재 방안을 내놓을 경우 원유와 유류제품 가격은 더 뛸 수 있습니다.

이란은 지난 3일 일본이 UN 제재 결의 수준의  추가 금융제재 방안을 내놓자 바로 원유공급 중단을 경고하는 등 즉각 보복 조치를 내놓을 태세를 보였는데요. 독자 이란 제재방안을 검토하는 우리로선 국내 원유 수입량의 10% 가까이를 차지하는 이란이 원유공급을 중단하면 원유 도입가격이 급등할 위험을 앉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란은 국제사회와 마찰을 빚을 때마다 아라비아해의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는 카드를 꺼내들었는데요.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3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특히 중동산 두바이유 수송은 대부분 이곳을 지나기때문에 '이란 리스크'가 커질수록 원유가격 급등세는 불가피해지는 상황입니다.

곡물 가격은 더욱 구조적인 문제를 앉고 있습니다. 세계 3위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가 물량부족으로 수출할 여유가 없다면서 연말까지 곡물수출을 전면 중단하자 가격이 폭등 조짐을 보이는데요. 미국이나 중국 같은 주요 곡물 소비국가의 수요는 늘어날 전망인데다 투기세력까지 가세하고 있기때문입니다.

지난 두 달동안 무려 83%나 급등했던 밀 선물 가격은 2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기도 했는데 문제는 앞으로 더 뛸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밀 뿐 아니라 이상 기후 여파로 옥수수와 호밀,보리 등 다른 곡물 가격도 치솟으면서 농산물 가격이 뛰어 전체 물가가 상승하는 이른바 애그플레이션 가능성도 높아졌는데요. 곡물가격이 오르면 빵과 맥주,라면 같은 곡물을 원료로 하는 대부분의 제품 가격도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진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대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매달 신선식품 물가가 20% 가까이 급등하고 있는 추세 속에서 곡물가격 인상은 물가 급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습니다.

곡물가격은 직접적으로도 물가에 영향을 주지만, 대부분의 가공식품 가격은 물론 외식비까지 끌어올려 어떤 원자재보다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요. 일단 국내 제분업계는 석달 정도는 비축분으로 버틸 수 있다고 하지만, 이상 기후로 비롯된 공급부족이 곡물가격 급등세의 이유여서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원유와 곡물 가격 불안에다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 이후  지자체에서도 정화조 청소요금이나 하수도 요금 같은 관할 공공 요금을 잇따라 올리면서  시장에서는 오는 12일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더욱 더 주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기위해 두 달 연속 기준 금리를 올리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물론 아직은 연속적인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도 있고,부동산 경기나 가계에 줄 부작용을 고려해 이번에는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분석이 더 많기는 합니다. 하지만 지금 금리를 올려도 1년 뒤쯤 물가상승 억제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에서 앞 일을 내다보고 결정해야 한다는데 한국은행의 고민이 있습니다.

물가는 한 번 오르면 다시 내리게 하기가 아주 어려운데 물가 상승 압력 요인들은 하나 둘씩 쌓이고 있기때문이죠. 현재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은 왜 금리를 올려야 하는지 보다는 왜 올리지 않아야 하는 지를 설명할 근거가 점점 더 약해지고 있다는 점도 한국은행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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