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발레 무대로 사용되는 '이동식 아이스링크’ 제작 과정을 취재했습니다.
앞서 김연아 선수가 킨텍스나 올림픽공원 같은, 본래 링크가 아닌 곳에서 여러 차례 아이스쇼를 했고 이런저런 교양 프로그램 등을 통해 아이스링크 제작 과정이 소개됐기 때문에, 이동식 아이스링크에 관심 있는 분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습니다. 리포트가 나가고 나서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라는 반응을 정말 많이 접했습니다.
세계를 돌며 아이스발레 공연을 해야 하는 단체 입장에서는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매끈한 빙판을 만들어내느냐가 무척 중요합니다. 이번에 취재한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국립 아이스발레단은 제대로 된 공연장 무대 위에 아이스링크를 만들고 공연한 첫 아이스발레단이라고 하네요. 따라서 이동식 아이스링크 만드는 노하우도 남다르다고 합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국립 아이스발레단의 방식대로 이동식 링크를 만드는 데는 꼭 하루가 걸리는데요. 최첨단의 기술을 기대하고 취재를 갔지만, 그보다는 인내를 필요로 하는 꼼꼼한 제작 방식이 돋보였습니다. 12.2mX12.2m 크기의 나무틀을 무대 위에 설치하고 기초 공사를 하는데, 예술의전당에 설치된 아이스링크는 다른 공연장보다 좀 복잡합니다. 얼음판을 빼고도 무려 아홉 단계나 됩니다.
-------------------------------------------- 얼음판
-------------------- 고무 냉각관
-------------------- 비닐
-------------------- 플라스틱
-------------------- 비닐
-------------------- 스티로폼
-------------------- 플라스틱
-------------------- 비닐
-------------------- 단열재
-------------------- 홈막기
안전한 링크를 만들기 위해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 이른바 지열을 막는 것, 그리고 각 층 사이 빈 공간에 물이 생기는 것을 막는 겁니다. 지방에서는 2,3일 정도 공연하고 링크를 철수하기 때문에 몇몇 단계를 생략하는데, 예술의전당에서는 일주일 이상 링크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기초공사를 더 꼼꼼히 하는 것이죠. 만약 빈 공간 속 수증기가 냉각돼 물이 생기더라도 새지 않도록 비닐과 플라스틱 커버를 더 여러 차례 깐 셈입니다.
기초공사를 한 바닥에는 가느다란 고무관을 촘촘하게 깔아줍니다. 국내 제작감독을 맡은 이무홍 감독의 얘기로는 냉장고랑 똑 같은 원리라고 합니다. 공연장 밖에 설치된 이동식 냉각기에서 냉각된 ‘부동액’이 바닥에 깔린 고무관을 통해 끊임없이 공급됩니다. 특별한 전기장치 없이도 얼음 표면 온도를 영하 19도에서 영하 13도 사이로 유지하는 비결인 것이죠.
이렇게 아이스링크를 만들기 위한 사전 준비가 끝나면, 30킬로그램 무게의 얼음 자루 100개를 틀 안에 쏟아 붓습니다. 물만으로 얼음을 얼리는 것이 정석이지만, 이렇게 작업하려면 꼬박 이틀이 걸린다고 합니다.
하루 만에 작업을 마치기 위해서 조각 얼음을 사용하는데, 얼음을 뿌리고도 12시간 넘게 물 뿌려가며 공을 들여야 두께 15센티미터가 넘는 아이스링크가 완성됩니다. 즉 얼음 사이 빈 공간을 물로 채워 얼리는 동시에, 얼음을 뾰족한 부분은 녹여서 조금씩 평평하게 만들어가는 것이죠. 따라서 이 때 잔디에 주듯 살살 뿌리는 물은 상온의 물입니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물입니다.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완성된 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타다 보면 링크에 홈이 파이게 마련인데요. 이동식 아이스링크 역시 마찬가집니다. 정빙 과정이 필요하죠. 대형 아이스링크에서는 ‘정빙차’가 돌아다니며 이 일을 하지만, 이동식 링크는 역시나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합니다. 또 구석구석 물을 뿌려주고 가볍게 깎아내 주는 과정을 거칩니다.
공연이 다 끝난 뒤 얼음을 제거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습니다. 외국의 일부 공연장에서는 얼음을 녹여 양수기로 뽑아낼 수 있어서 쉽게 철거한다고 하는데요. 예술의전당 같은 경우 지하에 여러 무대 장치가 설치돼있어, 3톤 무게의 얼음을 그냥 녹이다가 자칫 잘못하면 장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얼음을 더 단단하게 얼려서, 부숴서 반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얼음을 얼리는 과정보다 더 까다롭고 많은 인력이 투입된다고 하니, 아이스발레 공연은 시작부터 끝까지 정말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공연은 이미 시작됐는데요. 아이스발레단은 ‘신데렐라’에 이어서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무대에 올립니다. 아이스링크 제작 과정도 흥미롭고, 2,3년마다 열리는 것치곤 여러 가지로 화제를 몰고 온 공연입니다. 다만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이 무대에 서는데다, 무대도 대형 아이스링크에 비해서는 많이 좁기 때문에,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볼 때만큼의 빠르고 정교한 모습을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그리고 국립발레단의 공연을 볼 때만큼의 뛰어난 기교와 아름다움을 기대하시는 것도 무리입니다.
아이스발레는 스포츠 종목인 피겨스케이팅에 클래식 발레를 접목시킨 장르입니다. 두 장르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지만, 두 분야에서 모두 최고의 수준에 오르기는 어렵겠죠. 그렇지만 역시 여름, 특히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에는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기분 좋아지는 공연임에는 틀림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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