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전주에 사는 박모(48.여)씨는 "아들을 납치했으니 목숨을 살리려면 1천만원을 보내라"는 내용의 협박 전화를 받았다.
얼마 전 군에 입대한 아들이 납치당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전화기 너머로 아들로 보이는 남성의 비명까지 들리자 박씨는 다급해졌고 600만원을 텔레뱅킹으로 서둘러 입금했다.
같은날 오전 11시께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의 인출책으로 일하는 재중동포(조선족) 김모(25.여)씨는 국내 총책의 지시에 따라 박씨가 입금한 돈을 찾으려고 서울 신림동의 모 은행 지점을 방문했다.
돈을 인출하고 은행 문을 나선 김씨는 그러나 그가 보이스피싱 조직원임을 알아챈 한 은행원의 신고로 출동한 지구대 경찰에 붙잡혔다.
최근 들어 이 은행은 "범인들이 귀 은행 현금입출금기로 보이스피싱 자금을 인출해갔다"는 통보를 경찰서 3곳으로부터 받은 상태였다.
해당 경찰서들의 요청에 따라 인출한 시각의 CCTV 화면을 캡처해 보내주는 과정에서 이 은행원과 경비원 오모(23)씨는 3건 모두 김씨와 판모(32.중국인)씨가 인출한 것을 알게 됐고, 언젠가 이들이 다시 범행할 것을 예상하고 인상착의를 기억해뒀던 것.
김씨가 검거된 줄 모르고 곧이어 은행에 나타난 공범 판씨도 경비원 오씨가 범인으로 지목하는 바람에 마침 현장에 있던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보이스피싱 자금 인출책으로 일하며 12차례에 걸쳐 5천7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김씨와 판씨를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날로 조직화ㆍ지능화돼 검거가 어려워지고 있다. 경찰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역할도 중요함을 일깨워준 사례"라고 말했다.
금천서는 검거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은행원과 경비원 오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키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은행원 눈썰미에 덜미 잡힌 보이스피싱 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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