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을 수사한 지 5일로 한 달째를 맞는다.
총리실이 6월 중순께 국회 질의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의혹이 제기되자 총리 지시로 자체 조사를 하고서 지난달 5일 결과를 발표한 뒤 검찰에 수사의뢰했고, 검찰은 당일 오후 수사에 착수했다.
특별수사팀을 꾸린 검찰은 사상 처음으로 총리실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을 소환하는 등 성역 없는 수사에 나서 야권 등에서 제기한 의혹 일부를 확인하고, 불법사찰 가담자들을 구속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지원관실의 불법 사찰의 배후에는 정부의 실력자가 있다는 등의 의혹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나 정황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수사가 자칫 용두사미로 끝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벌써 나온다.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 개요 = 이 사건은 민간 기업인인 김종익(56) 전 NS한마음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을 비방하는 동영상을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것과 관련해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사찰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불거졌다.
지원관실은 김씨를 조사하고서 해당 사건을 경찰에 넘겨 수사하도록 해 결국 김씨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회사 대표직을 내놓는 등 불이익과 인권 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정부 사정(司正) 조직인 지원관실이 권한을 남용해 위법행위를 한 사실이 알려지고서 정치권 등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면서 파문이 커지자 총리실이 지난달 2∼4일 자체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지원관실은 2008년 9월10일 '공공기관 종사자인 김씨가 블로그에 대통령 비방 동영상을 올렸다'는 익명의 제보를 접수해 사찰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사찰 도중에 회사 대표직을 사임했으며 지원관실은 임금ㆍ퇴직금 대장 등의 서류를 임의로 제출받아 확보하는 등 권한 없이 민간인을 사찰했음이 드러났다.
◇사찰 위법성 확인은 수사 성과 = 검찰은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해 전·현직 총리실 직원과 NS한마음ㆍ국민은행 관계자 등 20여명을 조사했다.
사찰의 배경, '익명의 제보'에 따른 조사인지 기획 조사인지 여부, 비공식 계통으로 보고를 받거나 지시한 `윗선'의 유무, 추가 사찰 여부 등이 핵심 조사 대상이었다.
이런 의혹을 규명하고자 검찰은 지난달 9일 총리실을 사상 처음으로 압수수색한 데 이어 사찰의 일차적 책임자인 이인규 전 지원관과 실무를 맡았던 김충곤 전 점검1팀장을 구속했다.
검찰은 지원관실 관계자들이 민간인을 불법 사찰하는 과정에서 대표이사직 사임과 회사 지분 양도를 강요하고 직권을 남용했으며 업무를 방해한 사실이 확인됐다.
피의자들이 압수수색에 대비해 증거를 없앤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압수한 전산자료를 복원해 지원관실이 당초 알려진 2008년 9월보다 한두 달 앞선 7∼8월께 김 전 대표를 내사한 정황을 담은 문서를 확보했다.
남경필 의원 부인의 고소ㆍ고발 등 형사사건을 탐문한 정황도 확인해 그 경위를 수사 중이다.
◇ '몸통ㆍ추가 사찰' 실체 있나 = 검찰은 핵심 피의자를 구속하고 사찰의 위법성을 확인했지만, 핵심 의혹들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의혹들을 규명할만한 증거가 아직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데다 7.28 재보선을 앞두고 정치권 등에서 근거도 없이 정략적으로 사실 관계를 부풀렸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찰의 배경이 무엇이고 별도의 `윗선', `몸통'이 있는지, 추가적인 민간인 사찰이 있었는지 등을 놓고 온갖 추측이 난무했지만, 검찰은 이를 확인할 `연결고리'를 아직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등에서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과 박영준 국무차장 등이 '윗선'이 아니냐고 의심했지만, 당사자들이 강력히 부인하는데다 의혹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는 거의 없는 상태다.
하지만, 검찰은 모든 의혹은 낱낱이 밝힌다는 각오로 총리실 등에서 확보한 각종 자료를 정밀분석하는 한편 이 전 지원관 등 2명의 구속기간을 한차례 연장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은 연장된 구속기간이 끝날 무렵에 핵심 피의자들을 기소하면서 중간 수사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보이나 이 때 `윗선'이나 추가 사찰 의혹 중 얼마나 많은 진실이 규명될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검찰 주변에서는 추가 수사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핵심 인물들만 우선 기소하면서 그동안 불거진 의혹 가운데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4일 "제기된 의혹이 많은 만큼 남은 기간에 철저히 수사해 사실 관계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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