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누군가가 동성애자가 되기로 공개적으로 선포한다면 어떻게 될까? 다른 사람들이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예전에도 겪은 바가 있듯이 술중독자도 다들 괜찮다고는 했지만 불편해하던 일이 역력했다.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었다.
'동성이냐 이성이냐를 떠나서 관계 자체가 지니는 보편성과 개별관계의 특수성을 관조하게 되는 것입니다. 일단 친구가 되고 나면, 친구 사이에서, 혹은 기독교식으로 표현하자면 모두가 똑같이 죄인인 입장에서, 누가 누구를 받아들이고 관용한다는 것이 우습게 느껴집니다. 대부분의 공포는 서로를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고, 그 공포 때문에 더 커진 적대감이 문제를 악화시킵니다. 친구가 되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유지요.'
이는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를 부제로 달고 있는 법학자 김두식의 '불편해도 괜찮아'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을 두고서 한 것인데 아주 정확한 부분을 꼬집고 있다. 교회나 일반조직에서 동성애자들을 달가워하지 않는 건 선입견과 편견 때문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들의 속사정까지 알고 지내는 사람들은 괜한 편견과 오해로부터 자유롭다.
법학자지만 깊은 신앙심까지 소유한 그는 동성애자들의 인권문제에 대해 성경의 황금률까지 꺼내고 있다. 동성애자들의 인권문제가 프라이버시에 속한 것이기 때문에 이성애자들이 관용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이성애자들이 보장받기를 원하는 그대로 동성애자들도 주장하고 누리도록 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가, 수긍이 가는가? 중요한 건 그들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 밖에도 청소년인권, 여성과 폭력, 장애인 인권, 노동자의 차별, 종교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인종차별의 문제, 검열과 표현의 자유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여러 부분들을 꽤 볼만한 영화들과 함께 풀어나가고 있다.
'그걸 보면서 저는 제가 한국에서 본 영화의 관람료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잘려나간 부분들은 기지 않았지만, 그걸 빼고 나면 이미 완전한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내용을 이해하는 데 지장이 없으면 그만 아니냐고 하실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마치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양복을 팔면서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양복이 분명하니 그냥 입으라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바디 히트' '나인 하프 위크' '투문 정션' '와일드 오키드'들을 보고 난 뒤에 한 이야기이다. 한국의 직장에 사표를 내고 캔자스주 로런스 대학도시에 머물면서 본 것들인데 한국의 것들과는 달리 완전 무삭제였다는 것이다. 그랬으니 화딱지가 날 법도 하다.
놀라운 건 그것이다. 영화의 등급과 검열에 관한 것. 그는 2006년의 커비 딕(Kirby Dick) 감독의'이 영화는 아직 등급이 없다'를 예로 들면서 대부분의 심사위원은 대형영화관의 사장, 영화 배급업자, 대형영화사의 판매담당 부사장, 영화관 소유자협회 지부장, 그리고 몇몇의 성직자들이 맡는다고 한다. 나름대로 자본과 종교가 합작하여 이익을 챙기고 있고, 당연히 소수자의 시선은 묵살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우리도 여태 그런 건 아닐까?
아무튼 법학자가 영화를 소재로 인권을 이야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기발한 것 같다. 그의 지식습득이라는 것도 영화를 통해 더 빨리 가져올 수 있었고, 독해력이라는 것도 외국영화에서 많은 덕을 봤다고 하니, 일거양득이란 바로 그건 걸 두고 한 말일 것이다. 그가 보고 추천한 영화들을 통해 우리사회에 일그러진 인권 문제를 다시금 생각하고, 여러 의미들을 건져 올리면 좋겠다. 그들은 영화 속 인물들이 아니라 내 곁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권성권 SBS U포터
http://ublog.sbs.co.kr/littlechri
(※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송고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