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옛날 신문기사들을 뒤적거리고 있다. 20~40년 전 정치, 사회, 경제, 문화를 다시금 곱씹어보고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이해하는데 좋은 자료가 돼 주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옛 신문지면 하단에 당시 개봉했던 영화 포스터들과 개봉관이 눈에 띄었는데, 요즘은 주로 인터넷을 이용해 영화 스틸컷이나 예고편을 사람들에게 선보이지만, 예전에는 이렇게 영화 광고를 했다는 게 떠올랐다. 그리고 저 수많은 영화들 개봉했던 옛 극장들은 소리 소문 없이 사람들 곁을 떠났다.
실제 문화재 등록이 예고됐던 스카라극장은 지난 2005년 말 소유주에 의해 강제철거 당했다. 1935년에 지어진 수도극장은 스카라극장으로 이름을 바꾸고 영화를 상영해왔는데, 70여년 세월동안 건축물 원형을 그대로 보존해온 소중한 근대문화유산이 개발, 자본논리에 무참히 파괴되고 말았다.
국도극장도 소유주가 관광호텔을 세우겠다며 1999년에 철거했다. 1913년 전당포로 돈을 번 일본인이 목조 2층 건물로 극장(황금연예관)을 시작했는데, 이 극장은 약 1,000여명의 관객을 수용할 정도로 대규모였고, 주로 연예물을 상영했는데 이후 극장 운영이 활성화 되면서 목조건물을 콘크리트로 개축했다.
이후 1925년에 이름을 '경성보창 극장'으로 바꾸고, 1936년에는 지상3층, 지하1층으로 건물을 늘리고 1946년에 다시 신축개관하면서 '국도극장'이란 이름을 달게 됐다. 무려 86년이란 세월을 '한국영화의 중심지'로 살아온 근대문화유산을 또다시 건물주가 허물고 만 것이다.
1955년 '춘향전' 흥행성공을 시작으로 '피아골' '애인' '황혼열차' '흙' '돌아오지 않는 해병' '미워도 다시한번' '8도 강산' '별들의 고향' '영자의 전성시대' 등 60-70년대 화려한 한국영화들을 주로 상영한 국도극장이었다.
'지옥의 묵시록' '빠삐용' 등을 상영했던 명보극장도 1957년 개관한 이후 1994년 5개 상영관을 갖춘 복합상영관(명보프라자)로 거듭났었지만, 2008년 4월 폐관하고 말았다. 서울 명동의 중앙시네마도 지난 5월 31일 '영화처럼 좋은 나날이 펼쳐지길 바랍니다.'란 엔딩크레딧을 남기고 76년 만에 문을 닫았다.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한국의 영화역사를 이끌어온 근대문화유산 급 극장들이 사라졌지만, 정부나 서울시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것이다. 정작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들을 관리소홀로 잃어버리고, 철거하면서 문화관광을 외치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인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피카디리, 미림, 단성사, 현대 등 많던 극장들은 사라지고 무미건조한 대형 멀티플렉스만 넘쳐나고 있다. 추억도 역사도 없는 콘크리트 건물만. 추억할 수 있는 건물을 낡고 손님이 없다는 이유로 철거하지 말고, 대형멀티플렉스와는 다른 고전영화나 독립영화 상영관으로 발전시켜 찾는 이들에게 색다른 만족감을 주는 건 어떨까.
이장연 SBS U포터
http://ublog.sbs.co.kr/friday1519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송고됐습니다.)
[U포터] 스카라, 명보, 국도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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