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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징한 성과주의

로또가 된 녹색마을

공무원 사회를 보다 보면 안쓰러울 때가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위에서 '성과를 내라'며 다그치는 경우인데요. 민간기업은 그런 지시의 성패가 곧바로 시장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약간은 조심스러운 면이 있지만, 정부는 실패를 한다고 해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과감하게 지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에 취재한 '저탄소 녹색마을' 같은 경우가 바로 그런 사롑니다. 농어촌 지역에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친환경에너지를 보급하기 위해서 2020년까지 정부가 6백개 마을을 지원한다는 것이 큰 계획인데요. 4개 부처가 주도권을 쥐기 위해 달려들었습니다. 농식품부는 농어촌이니까, 산림청은 산속엔 마을 없냐, 환경부는 어쭈 환경문젠데, 행안부는 지자체는 원래 우리거야, 이렇게 된거죠.

그래서 이 4개 부처가 동시에 시범마을을 하나씩 꾸렸습니다. 다들 돈도 참 많이 써대기도 했지만, 가장 대박은 농식품부입니다. 처음에 공고부터 50가구 미만 마을에 150억을 준다고 내놨습니다. 아예 한 집당 3억원 씩을 퍼주겠다는거죠. 농어촌에서 3억이면 모든 마을에 저택을 짓고도 남을 돈입니다. 각종 마을 지원사업에 관심이 많던 전북 한 마을의 이장님이 이 공고를 보고는 이거다, 무릎을 탁 치고 지원을 해서 결국 당첨이 됐습니다.

그 결과 이 마을에는 태양광, 풍력, 소 수력, 바이오가스, 목재 펠릿 발전기까지, 친환경이란 친환경 에너지 시설은 다 들어섭니다. 여기에 주변에 공원, 산책로 같은 것도 조성되죠. 일종의 '친환경 테마파크'가 되는 셈입니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에너지는 주민들이 쓰는 양의 10배입니다. 그러면 남는 9배의 에너지는 어디로 갈까요. 한전에 되판답니다. 정부 돈으로 시설 지어서 남는 전기는 다시 한전에 팔아 돈을 버니, 이거 뭐 남아도 한참 남는 장사죠. 하지만 사실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노년층이라, 친환경에너지 시설을 어떻게 관리할지도 명확한 계획이 없었습니다. “우리한테 던져주고 운영하라면 못하지” 이게 대답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옳은 방향이 아니죠. 진짜 녹색마을을 만들려면 다른 방법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4개 부처가 시범사업에 쏟아 붓는 돈만 3백억입니다. 자, 그럼 우선 전국에 5백개 마을을 골라서 천만원씩 주고 에너지 절약 경진대회 같은걸 합니다. 이 단계에서 통과하는 마을에 에너지 시설을 지원해주겠다고 말이죠. 그러면 마을 내부에서 어떻게 해야 에너지를 절약할까, 고민이 시작될겁니다. 사실 시골 집들은 단열이 안되는 경우가 많으니 그런 부분 진단하고 전기 배선을 손본다는 등의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든 비용이 50억입니다. 그리고 2단계, 3단계 콘테스트를 해서 진짜 녹색마을을 만들려는 의지가 강한 마을 몇 곳에 꼭 필요한 만큼만 예산을 지원하면 되지 않을까요?

공무원 분들이 이런 방법, 저런 방법을 몰라서 안쓰진 않았을겁니다. 위에서 당장 해내라는데, 내 임기 안에 결과를 내고 싶다고 닦달을 하는데, 좋지만 느린 방법을 내놓을 방법이 없었겠죠. 그렇다보면 결국 성과주의는 엉뚱한 방향으로 일을 끌고가는 겁니다. 그런 점에선 어떤 사업이 끝난 이후에 언론에서라도 정확한 평가를 내려줘야겠죠. 기자들 할 일이 참 많은 나라라는 생각이 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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