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타서 에어콘을 틀었는데 한 사람은 덥다고 하고 한 사람은 춥다고 합니다.
그럼 누구에게 맞춰야 할까요?
대부분의 전문가는 이런 경우 추운 사람에게 맞춰줘야 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추위는 목숨과 직결이 되지만, 더위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더운 한여름에 한겨울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면요.
겨울엔 특히 불우한 이웃을 돌아보는 뉴스가 많아집니다.
난방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판자촌등을 돌아다니며 힘겨운 일상을 전하고 나면, 너무나 보람되게도 보도국엔 온정의 전화가 빗발치곤 하죠.
그만큼 추위가 생명과 직결돼 있단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겨울도 되기 전, 여름부터 벌써 어려운 이웃이 걱정됩니다.
열흘 넘게 이어진 열대야는 신기록을 세웠죠.
게다가 장마도 끝나면서 이제부턴 35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질거라는데…. 이정도 되면 더위도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가 됩니다.
구룡마을의 일부 주민들은 그래서 올 여름이 힘겹습니다.
마을 주민 200여명이 그동안 휴식처로 삼았던 마을회관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유일하게 시원한 에어콘 바람을 쐴 수 있었던 판자로 엮어 만든 임시 마을회관.
하지만 이 건물이 마을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침범했단 이유로 얼마 전 구청으로부터 강제철거된겁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두 진영으로 나뉘어 버린 마을 주민 사이 반목, 그리고 상대 진영에 대한 상호비방과 신고전이 줄을 이었었단 점에서, 엄밀히 따지면 주민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찌됐든 쉼터를 잃어버린 주민이 힘겨운 여름을 나야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으니까요.
서로 완전히 등을 돌려버린 구룡마을 북쪽과 남쪽 두 진영이 이젠 서로 화해하고, 아직 하나 남아있는 마을회관에서 조금이나마 시원한 여름을 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런가하면 이 더위에 전기가 끊겨 고생하는 집도 있었습니다.
홍대 재개발 지역에 있는 두리반이란 국숫집인데요.
어떤 사람들은 이곳을 '작은 용산'이라고도 부르더군요.
재개발 대상인 건물에 세들어 있던 주인이, 아무런 보상도 없이 쫓겨나게되자 시민활동가들과 연대해 무한 농성에 들어간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전측에서 일방적으로 전기 공급을 끊었단겁니다.
어느쪽 주장이 옳으냐를 떠나서, 이 더위에 사람이 사는 건물이 전기를 끊는다는건 너무 매몰찬 조치죠.
식당이다보니 전기가 끊기자 냉장고에 있던 음식물들이 하루만에 모두 썩어버렸고요.
환풍기가 작동을 안해서,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온 식당 안에 진동을 하더군요.
불이 켜지지 않아 도심속 암흑섬이 돼버린 건 말할 것도 없고요.
전기가 없다는게 얼마나 힘겹고 불편한 일인지 취재를 하며 새삼 깨달았습니다.
궁여지책으로 식당 주인은 그 이름도 생소한 '발전 자전거' 2대를 들여놨습니다.
자전거 바퀴가 충전식 배터리와 연결이 돼 있어서, 자전거를 타면 전기가 충전되는건데요.
이 더운날 자전거를 탄다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덥겠습니까.
그래서 두리반을 찾는 자원봉사자들은 음식물을 갖다주는 대신, 이 발전 자전거를 20여분씩 돌려주고 가더군요.
그래봤자 겨우 선풍기 하나 돌릴만한 전력밖에 생산이 안되지만요….
이렇게 주위를 둘러보면 무더위에 고통받는 이웃이 참 많습니다.
올해 더위는 참 혹독할 걸로 예상되는 만큼, 이런 이웃들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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