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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이색 강도들···다쓰 베이더에 부케 강도

뉴욕 롱아일랜드의 한 은행지점. 지난주 목요일, 다쓰 베이더(Darth Vader)가 들어섰습니다. 네 맞습니다.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그 검정 투구 쓴 제국의 장군 말입니다. 사람들은 킥킥 댔고, 이 다쓰 베이더(의 투구와 마스크, 심지어 망또까지 두른 남자)는 창구로 다가서더니, 메고 있던 배낭을 직원에게 던져주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갖고 있는 50달러, 100달러짜리 지폐 다 담아!"

강도구나 라고 생각한 주변의 한 남자가 "장난치지 말라"면서 제지했습니다. 그러자 다쓰베이더는 무기를 꺼냈습니다. 광선검(light sabre)이 아니었습니다. 권총을 꺼내든 다쓰 베이더는 말리던 고객에게 이렇게 외쳤습니다.

"장난 아냐! 네 얼굴을 쏴 버리겠다!"

이 남자가 털어 달아난 금액이 얼마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아직 잡히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CC-TV를 캡처한 사진 한 장이 널리 보도되었습니다.

뉴욕을 충격(?)에 빠뜨린 '다쓰 베이더 강도 사건'입니다.

뉴욕의 뉴스매체들은 한결같이 '세상에 이런 일이' 중에서도 코믹 에피소드를 다루는 톤으로 이 뉴스를 보도했습니다. 사람이 다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만, 우습긴 우습지요. 이런 차림으로 범행을 하고 도망갔는데 안 잡혔다는 것도 신기합니다. 범행을 말리려다 위협당했던 목격자는 용의자가 "키는 180정도였다. 그러나 목소리는 앳된 청소년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보다 하루이틀 앞서, 맨해튼 은행을 턴 "꽃돌이 강도"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맨해튼 서남쪽 한 소형은행 지점에, 꽃다발을 든 남자가 들어섰습니다.

이 남자는 꽃다발을 들고 창구직원에게 가더니, 꽃다발 속에서 쪽지를 꺼내서 내밀었습니다. 사람들이 수군댔습니다.

"오, 직원한테 구애하러 왔나봐." "낭만적인데!"

그렇지만, 쪽지내용은 낭만적이지 않았습니다.

"돈 다 내놔!"

였거든요.


이 남자는 4백불을 받아서 유유히 은행을 빠져나갔습니다. CC-TV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채.

다쓰 베이더 강도와 달리 얼굴이 드러나버린 이 사람은, 곧 "Bouquet Bandit"(우리도 결혼식 '부케'라고 하죠?)으로 명명되어 유명세를 탔고, 이틀만인가 검거됐습니다. 전직 꽃가게 직원이었답니다.

지난 6월 말에는 캣 우먼 강도도 있었습니다.

네, 예상하시는 대로입니다. 한 여성이 영화 캐릭터인 캣 우먼 가면을 쓰고 강도질을 한 겁니다. 패션상품점이 피해를 당했는데, 무기가 아니라 "돈 내놔"라고 쓴 쪽지를 내밀자 점원들이 두말 없이 돈을 꺼내줬다고 합니다.

물리적 위협이 없어서 그랬는지, 캣우먼을 뉴욕 매체들은 강도가 아닌 절도범(thief)으로 분류하고 있기는 합니다. 뉴욕경찰은 CC-TV대신 몽타쥬를 배포했습니다.

몽타쥬가 시원찮아서일까요? 캣우먼은 아직 검거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다들 궁금해 합니다. "왜 이런 웃기는 분장으로 범죄를 저지를까?" 하는 거죠.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도 보고, 이런저런 기사들을 찾아봤지만, 아직 설득력있는 설명을 접하지 못했습니다. 워낙 개성에 살고 죽는 도시여서 그럴까 싶기는 합니다. 미국사람들은 자기 나름대로 이름을 알려서 유명해져야 -이른바 'celebrity'가 되어야 신분상승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거든요.

엉뚱한 사례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나홀로 집에'에 보면, 멍청이 도둑이 가정집을 털 때마다 수돗물을 틀어놓고 나오면서 "물(바다)도둑"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해지고 싶어하는 장면도 있었지요.

또하나 궁금한 점은, 어떻게 별다른 물리적 위협 없이 "돈 내놔"라는 쪽지만 보고도 상점의 점원이나 은행직원이 돈을 내줄까 하는 겁니다. 이 점은 설명이 가능합니다. 재수 없어서 모진 X을 만나면 실제로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굳이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꽃돌이 도둑이 은행을 턴 다음날, 뉴욕 어느 양복점에 흑인 할아버지 강도가 나타났습니다. 호흡기가 안 좋았는지, 등에 산소통을 메고 코에 튜브를 꽂은 모습이었답니다.(사진이 있었으면 이것도 상당히 웃겼을 것 같습니다만.) '돈 내놔' 하자 이곳의 매니저는 돈을 안내놨습니다. 그러자 이 할아버지 강도는 권총을 꺼내 몇발을 실제로 쐈다고 합니다. 사람을 향해 쏘지 않고 양복이 진열된 옷걸이에 대고 쐈는데, 나중에 보니 총알이 양복 8벌을 관통하고 9벌째에 막혀 떨어졌더라는군요.  사람이 맞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올 봄 맨해튼에는 부자들이 많이 사는 센트럴파크 주변의 보석상에서 벌건 대낮에 강도가 매니저를 권총으로 쏘아 살해하고 돈과 보석을 털어간 사건도 있었습니다.

뉴욕의 신문들은 그러나, 최근 잇따르는 '이상하게 개성적인' 범죄에도 불구하고 뉴욕에서 강도 발생률은 하락추세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들려오는 범죄 소식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범죄가 뉴욕보다 더 흉폭해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여약사 납치살해사건이니 하는 사건들보다는, 그래도 꽃돌이도둑이나 다쓰베이더 강도가 애교(?)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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