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는 주말마다 호우 특보가 내려질 정도로 비가 많이 왔죠. 나들이 준비하셨던 분들은 안타까웠을테고, 또 비 때문에 물에 잠기는 지역에서는 마음이 불안하셨을테고, 또 그런 곳을 찾아 취재하는 저희들도 바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다 한 아주머니로부터 전화를 받게 됐는데요, 이달 말에, 그러니까 이번주에 새 아파트로 입주하기로 했는데 비가 온 뒤 점검차 한번 가 보니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비가 온 그 다음주에 벽지에 처음보는 꽃모늬가 나타나길래 인테리어 업자에게 물었더니, 꽃무늬가 아니고 곰팡이 균이 올라오는거라는 얘길 들은 겁니다. 깜짝 놀라 시공업체에게 연락을 했고, 그 다음날부터 모든 벽지를 뜯어내고 공사가 다시 시작됐습니다.
이사 날짜를 미루지 않고서는 들어가 살 수 없는 지경이 된 겁니다.
다른 입주 예정자들의 얘길 들어보니 더 가관이었답니다. 벽에 붙어 있던 대리석 타일이 갑자기 떨어져 하마터면 어린 아이가 다칠 뻔 했다는 주부, 지하 주차장에 물이 흥건하게 젖어있어 빨리 움직이려다 미끄러질 뻔 했다는 아저씨…. 정작 취재를 간 날에는 곰팡이가 생겼다는 집마다 벽과 천정의 마감 공사가 거의 마무리 돼 있었습니다.
지하 주차장에서도 물청소가 한창이었고요.
입주 예정주민들이 받았을 충격에 비해 아파트는 비교적 빠른 속도로 정상적인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던 겁니다. 시공업체 측은 온도차가 심하고 날씨가 습한 요즘, 어느 아파트마다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라는 궁색한 해명을 내놨습니다.
이 아파트는 국내에서도 손꼽는 명품 아파트로 알려져 있습니다. 믿을만한, 최고의 아파트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광고를 지금도 내보내고 있습니다.
요즘 제가 집을 구하느라 발품을 팔아보니, 좋은 아파트는 가격도 비싸고, 기대치도 높고, 또 그만큼 만족도도 높더군요. 주민들도 집에 작은 문제가 생기더라도 시공업체와 원만히 처리하는걸 선호합니다.
하지만 제가 만약 그들의 입장이라면 저 역시도 집이 엉망이라는 사실과 더불어 국내의 유명한, 명품 아파트가 준 배신감에 더 화가 났을 겁니다.
'그래도 00 아파트인데, 설마 그럴리가….'라는 믿음에 발등을 찍힌거죠.
아파트는 정상적인 모습을 되찾을 겁니다. 제게 전화를 주셨던 분들도 하루 빨리 좋은 환경에서 좋은 출발을 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하지만 '비가 오면 또한번 곰팡이가 생길거다, 비가 샐지도 모른다'는 한 번 생긴 불안감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해명을 하기 보다는 주민들에게 먼저 신뢰감을 얻으려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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