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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느강변의 백사장, 파리의 또 다른 풍경

올 여름도 어김없이 파리의 세느강변에 백사장이 등장했습니다. 2002년에 시작돼 올해로 9번 째를 맞는 '파리의 해변(Paris Plages)' 행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7월20일부터 8월20일까지 한 달 동안 세느강의 우안(엄밀하게는 지도상 북쪽인데, 오른쪽이라고 부릅니다) 강변도로를 막고 다양한 휴식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일부 구간은 2,500톤의 모래를 가져다 말 그대로 백사장으로 꾸몄고, 잔디밭을 옮겨다 놓은 곳도 있을 뿐 아니라, 그냥 원래의 시멘트 바닥에 파라솔만 설치해 놓기도 했습니다. 450여 개의 접이 의자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세느강변을 점령해 버렸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3주 이상 긴 바캉스를 떠나기 때문에 통상 7-8월의 파리에는 파리 시민은 없고 관광객들만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이유들로 바캉스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경기 침체의 영향이 컸던 작년 여름의 경우 절반 정도가 바캉스를 떠나지 못했고, 올해에는 평년 수준이라고 하는데 세 명 중 한 명이 바캉스를 떠나지 못한다고 합니다. 어린이들에게 학교에 가서 바캉스 얘기를 너무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TV 공익광고도 심심찮게 나옵니다.

'파리의 해변' 행사는 여름 휴가철인데도 바캉스를 떠나지 못한 이런 파리 시민들과, 휴가철을 맞아 파리에 온 관광객들을 위해 마련된 행사입니다. 상원의원 시절 동성애자라는 것을 커밍 아웃 한 뒤, 2001년 파리 시장에 당선된 베르트랑 들라노에가 야심차게 준비해 1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었습니다. 9회째 내려오면서 내용도 풍성해지고 파리의 여름 전통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물론 파리의 해변을 걸으면서 한강을 떠올리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여러 가지 환경도 다르고 조건도 다르니까요. 다만, 전시효과를 노리는 일회성 행사와 9년째 계속되면서 전통이 되는 행사의 차이가 어디에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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