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사이드-나중혁 대신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
시장이 바라보는 하반기 미국경제, 상저하고에서 상고하저로
올해 2/4분기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 경제가 '상저하고' 패턴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던 주요 기관들이 지난 5월 이후로 속속들이 '상고하저' 패턴으로 시각을 수정하면서 시장은 이를 컨센서스로 받아들이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3월 블름버그 컨센서스에 의하면 2분기 2.7%, 3분기 2.8%. 그리고 4분기에는 2.9%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번 7월 시장 조사치를 살펴보면, 2분기3.3%, 3분기 2.8%, 4분기 2.8%로 그 흐름이 상저하고에서 상고하저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알수 있다.
문제는 7월 초까지만해도 2분기 성장률을 3.3% 내외로 잡았던 주요 기관이 이번 주 금요일 저녁에 발표되는 2분기GDP 1차 발표를 앞두고 실시한 조사에서 예상치를 3.3%에서 2.5%로 대거 하향 조정했다는 점이다. 이는 하반기 미국경제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작년 말부터 나타났던 미국의 경기둔화 시그널
미국의 경기둔화흐름은 작년 말 경기선행지수를 시작으로 해서 주택관련지표, 그리고 최근에는 소비 및 고용지표 등과 같은 주요 실물지표에서 보다 강화되고 있다.
경기 둔화 시그널은 경기선행지수의 중장기 추세를 나타내는 전반기연율이 지난 2009년 9월에 고점을 형성하면서 시작된다. 통상 과거 경험상 전반기연율이 고점을 형성할 경우, 경기선행지수는 2분기 내외로 전년동월대비 고점을 형성하곤 했다는 점에서 시장은 이미 의미 있는 시그널을 그 때부터 확인하고 있었다고 보면 된다. 동시에 성장 둔화 시그널은 주택관련지표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해 11월 말 종료를 앞둔 생애 첫 주택구매자에 대한 세제혜택이 2010년 4월 말로 연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규 및 기존 주택판매 모두 수급이 급격히 위축되며 부동산시장의 정체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 1분기 주택지표 부진이 보다 심화되고 3월 경기선행지수가 전년동월대비 고점을 형성하면서 보다 가시화된다. 2분기 들어서는 현 경기 회복을 주도하고 있는 ISM 제조업지수가 지난 4월을 기점으로 확장국면이 둔화되고, 5월 이후 소매판매 및 고용지표가 부진을 거듭하면서 결국 7월 주요 체감지표 및 심리지표의 급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에 연준은 지난 4월 상향조정했던 성장률 전망치를 결국 한 달 만에 다시 하향 조정하는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하는 단계까지 오게 된다.
연준의 비현실적인 발언, 실제 경기 흐름과 전망치 사이 괴리 만들어
버냉키 연준의장이 이끄는 연방제도준비이사회는 미국 경제가 대공황 이후로 가장 극심했던 것으로 평가 받는 이번 경기 침체 위기를 극복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 받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중앙은행에 대해 시장은 높은 신뢰를 하게되었고, 이런 신뢰는 경기흐름과 전망치사이에 괴리가 생기게 하는 주 원인으로 작용했다.
사실 올 2/4분기 초까지만 해도 연준의 경기 판단 능력과 이들이 실시해온 일관된 광의의 출구전략에 대한 시장의 믿음은 굳건했다. 연준은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2월 재할인율 인상을 시작으로, 3월 말에는 1조 2천 500억달러에 이르는 모기지담보증권 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했으며 4월 말에는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마무리하는 등 연준은 일관된 광의 출구전략을 시행해 왔다.
특히, 지난 4월 FOMC 정례회의에서는 올 한 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단을 2.8%에서 3.2%로 큰 폭으로 상향조정하자, 주요 기관들은 이에 앞다투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높이며 실제 경기 흐름과 전망치 사이의 괴리가 극에 달하게 되었다. 결국 연준의 경기 판단에 대한 오판이 경기와 증시의 불확실성을 높였다.
연준의 중장기 경기 판단 스탠스, 지나치게 높은 목표치
주요 경제지표에서는 지난 연말 이후로 성장 둔화 시그널이 강화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었다. 문제는 연준의 성장률 목표치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수치를 제시해 왔고, 이에 맞추려다 보니 오히려 단기간에 너무 빠른 성장을이끌어내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상실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는 점이다.
연준은 지난 6월 FOMC 정례회의를 통해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단을 3.2%에서 3.0%로 소폭 하향 조정하긴 했지만 지난 4월까지 2010년 경제성장률 하단은 2.8% 였다. 또한 2011년 성장률 하단을 오히려 3.4%에서 3.5%로 0.1%p 높이는 등 연준의 경기 판단 스탠스는 여전히 '상저하고'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일단 미국은 10%에 육박하는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고 있다. 주요 무역국에해당하는 중국은 경기 과열을 이유로 긴축모드로 전환한 상태이고 유럽은 소버린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앞으로 최소 1~2년 동안은 재정 축소를 통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일본 역시 향후에도 지속적인 디플레이션 우려로 장기 불황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국 재정을 다루는 의회예산처(Congressional Budget Office)에 따르면 미국의 실질잠재 성장률은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2010년 현재 2% 내외로 낮아진 상황이고, 2014년이 되어서야 겨우 2%대 중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는 이번 경기 침체가 워낙 깊었고 과거 소비 및 투자과잉에 따른 후유증이 적어도 향후 3~5년까지는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결국 연준의 경기 판단 및 성장률 목표치는 거의 실현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반기 미국 경제 성장을 제한하는 주요 변수들
글로벌 불균형 심화, 주택시장 수급 악화, 그리고 노동시장 회복세 부진 등을 하반기 성장을 제한하는 주요 변수로 꼽는다. 여기에 반복되는 '버냉키 콜' 이 하반기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대시킬 가능성도 새로이 염두에 두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버냉키 콜', 시장을 보호하지 못하는 버냉키를 빗대
버냉키 콜이란 그린스펀 풋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그린스펀 풋이란 미국 증시 역사상 시장 참여자들의 가장 높은 신뢰를 받았던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의장의 일관된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조절 능력을 빗대어 탄생한 용어로 증시침체로부터 옵션 보유자를 보호하는 풋 옵션과 비슷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버냉키 콜이란 연준의 경기 오판과 잦은 말바꿈으로 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초래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것으로 지금까지의 행보를 지켜봤을 때 올 하반기 중에는 버냉키 콜이라는 용어가 유행처럼 번질 가능성도 충분히 열어 놓아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미국의 성장둔화, 국내 성장속도에 악영향
국내와 미국의 산업생산과 경기선행지수 추이는 차이가 난다. 현재 양국간에 나타나고 있는 차이는 진원지의 차이점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98년 IMF 경제위기 당시 우리나라는 직접적인 영향을 입은 진원국 중 하나에 해당했고,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는 미국과 유럽등이 그 진원지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에 따른 경기 회복 강도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선재적 대응이라던지 원화 약세에 따른 해외 경쟁력 제고 등은 우리나라 경제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우리나라 경제는 소규모 개방경제로 수출입에 의존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점이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 발 성장 둔화가 장기화 된다면 이는 일정시차를 두고 우리나라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어 국내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전년동월대비 기준으로 4%내외로 그 성장 속도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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