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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의 영장 청구…그리고 기소

지난해 구속영장에 대한 의견을 취재파일에 쓴 적이 있다. 구속을 위한 수사가 아닌 수사를 위한 구속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얼마 전 내가 출입하고 있는 곳에서 한 피의자를 놓고 검찰과 법원의 구속영장청구 문제가 불거졌다.

월드컵이 한창이던 지난 달 한강에서 10대 여중생의 시신이 발견됐다.

수사 결과 친구 등 10대 6명이 이 여중생을 폭행해 숨지게 했고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버린 엽기 살해사건으로 드러났다.

사건 당시 피의자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4명이 구속됐다. 영장이 기각된 2명 가운데 한 명은 재청구 뒤 불구속 입건했지만 나머지 1명인 18살 이모군의 신병처리 문제는 달랐다.

검찰은 이후 20여일 동안 무려 5번이나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번번이 기각했다. 법원은 마지막 5번째 영장은 기각이 아닌 '각하' 처분하면서 "이미 4회에 걸쳐 구속영장이 기각되었음에도 거듭하여 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강제처분은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허용되어야 한다는 원리에도 어긋난다"고 말해 불편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단순한 청소년의 비행 문제가 아니고 엄정한 법집행을 보여줘야 하는 사건"이라며 영장을 계속 청구했다. 하지만 5번의 영장청구 가운데 4번을 같은 내용 그대로 청구한다는 것은 다소 감정적이지 않은가하는 느낌이다. (검찰의 수사 내용에는 전적으로 문제가 없고 법원의 판단이 이상하다는 일종의 시위처럼 보인다.)

5번째 청구한 영장에 '이군이 다른 피의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반쯤 죽여놔라'고 폭행을 부추겼다'는 내용이 새로 포함됐다고 하는데 4번이나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동안 이런 기본적이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때까지 다른 피의자들에게 진술이 없었던 것일까)

공익의 대변자인 검찰이 중범죄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계속 청구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시 원론을 이야기하면 형사소송법상 구속은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을 가 혐의 입증이 어려워질 것을 대비해 이뤄지는 수사의 수단이다.

피의자 6명 가운데 4명이 구속이 됐고 1명은 검찰 스스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 군의 혐의가 중하다 아니다의 문제를 떠나 이 군은 검찰 조사에 순순히 응했고 4번의 영장실질심사에도 모두 출석했다.

그렇다면 구속을 왜 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 군이 이 사건이 아닌 다른 사건과 혹시 연루가 되어 있어 구속이 필요한 것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요즘은 별건 구속을 하지 않고 있고...

검찰 측은 "이상적으로 하면 문제될 것이 뭐가 있겠나. 현실적으로 그런 사람은 법의 엄정함을 보여주기 위해 구속해야 한다. 그런 중범죄 피의자를 거리를 활보하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견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고 우리네 정서 상 못된 범죄자가 구속되는 것이 당연한 생각이 들수도 있다. 하지만 검찰의 구속이 곧 처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정서는 정서고 법은 법이다.

구속은 수사의 방편이고, 처벌은 곧 법원의 재판을 통해 하면 된다는 것은 이상이 아닌 기본이다. 모든 범죄자를 구속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지 않은가.

내가 지나치게 순진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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