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피란길에서 공무원에게 작은 도움을 받은 형제가 60년 만에 감사편지와 선물을 보내와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부산시 남구 대연동에 살고 있는 김병관(76) 병언(73) 씨 형제가 그 주인공.
14일 경남 거제시에 따르면 지난 5일 일운면 사무소에 김씨 형제의 이름으로 작은 상자 하나가 배달됐다.
상자 안에는 "60년 전 일운면에 근무하던 공무원의 선행을 잊지 못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라는 내용의 편지와 수건 30매가 들어 있었다.
편지의 사연은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부모님과 헤어져 피란길에 오른 김씨 형제는 흥남부두를 떠나 거제 장승포에 도착했다.
이후 일운면 망치마을에 잠시 머무르게 된 형제는 헤어진 어머니를 다시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길을 나섰지만, 헤매기만 하다가 저녁 무렵 지친 상태로 일운면사무소 앞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때 면사무소의 한 직원이 형제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다.
배고픔에 지쳐 울고 있는 동생을 지켜본 이 직원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래며 "죽이라도 사서 먹이라"며 당시 돈으로 500환을 건네주고는 자신의 외투까지 벗어줬다.
형제는 편지에서 "이름도 모르는 공무원으로부터 받은 선행이 이후 세상을 살아갈 힘과 용기를 줬다."고 회상했다.
편지와 선물을 받은 김용운 일운면장은 김병관 씨에게 전화를 걸어 "오래전 일인데도 잊지 않고 감사의 마음을 전 준 것에 우리 공무원들이 더 감사하다."며 "선물은 관내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하겠다."라고 인사했다.
김씨는 "늦게나마 은혜를 갚을 수 있게 돼 홀가분하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라며 "기회가 되면 자녀들과 일운면을 방문하겠다."라고 대답했다.
일운면 직원들은 "공무원의 작은 친절이 주민들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라며 "더욱 친절한 자세로 주민들을 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거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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