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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계 '참의원 폭주 시대'

일본의 참의원 선거가 집권 민주당의 '참패'로 끝났습니다. 일본 언론도 예상하지 못한 대패였습니다. 저도 놀랐습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6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낙승이 예상됐던 '간 나오토 號'가 이렇게 허무하게 패할 줄은 몰랐습니다. 승리한 자민당조차 예상외의 압승에 놀랐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일본 정국은 소용돌이에 빠질 것 같습니다. 취임 한 달밖에 안 된 간 나오토 총리는 역대 단명 총리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릴 위기에 처했습니다. 당장 오는 9월의 민주당 대표경선에서 패하면, 총리 자리를 내놔야합니다. 다행히 자리를 지킨다 하여도, 이번 참의원 선거 패배로 입은 내상이 너무 깊어 당 내외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어려울 것이 확실합니다. 개인적으로 호감이 가는 정치가였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혹시 이번 참의원 선거를 보면서 일본의 정치 시스템이 참 복잡하다는 생각 안 드셨나요? 참의원과 중의원이 어떻게 다른지, 왜 일본은 선거를 그렇게 자주 하는지, 연립정권은 왜 구성해야 하는지, 또 총리는 왜 그렇게 자주 바뀌는지 등등... 우리와 다른 의원내각제라서 그런지, 잘 이해가 안 되는 구석이 적지 않구나 라고 생각하신 분들 많으셨을 것입니다.

일본의 정치시스템을 이해할 때 제일 착각하기 쉬운 부분이 상원인 참의원의 위상입니다. 제도 전에는 일본 정치에서 하원인 중의원이 중요하지, 상원인 참의원은 들러리 성격이 짙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중의원에서 승리하면 정권을 바꿀 수 있지만, 참의원은 그렇지 못하고 보조적인 기능에 머무른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상식'은 낡은 것이더군요. 최근 20여 년 간 일본에서 참의원의 중요성은 중의원만큼 커졌습니다. 참의원만으로 정권교체를 할 수는 없지만, 정권의 운명을 쥐락펴락 해온 것이 참의원이더군요.

왜 그런가를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참의원의 뜻과 역사부터 짚어 보겠습니다. 참의원은 상원, 하원으로 구성되는 일본의 양원제 가운데 상원에 해당합니다. 중의원이 '일반대중의 대표가 논의하는 곳'이라는 의미라면, 참의원은 '중의원의 논의에 참가(參加)하는 곳'의 의미에서 참(參)의원이라고 명명됐다고 합니다. 중의원에 대한 상담역과 같은 존재이므로, 입후보 연령기준도 중의원 25살보다 5살 많은 30살입니다. 과거 일본 제국의회 당시에는 '귀족원'으로 불렸습니다. 태평양 전쟁이 끝난 뒤 군정을 시작한 미군 당국은 당초 일본헌법 초안에 일원제를 제시했지만, 일본 측이 상호견제가 가능한 양원제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해 이원제로 정착됐다고 합니다.

실제 '당파적 이해를 초월'한다는 설립취지에 따라, 일본의 초기 참의원은 정당의 틀에 구애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난 1947년의 첫 번째 참의원 선거에서는 정당이 아닌 '연풍회(緣風會)'가 총 250석 가운데 92석을 획득하며 최대 세력을 차지했습니다. '연풍회'는 문화인과 언론인, 관료출신 등으로 구성된 단체로, 사안에 따라 비교적 자유롭게 투표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참의원에서도 '정당화(政黨化)' 가 가속되었고, 느슨했던 '연풍회'는 결국 6년 만에 해체됐다고 합니다.

이후 참의원은 지난 89년까지 거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합니다. 자민당 내 권력 알력은 있었지만, 1959년부터 1989년까지 자민당 단독 과반수 시대에 참의원은 중의원 통과 법안을 기계적으로 재통과시키는 '거수기'역할에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실제 중의원을 통과한 법률이 참의원에서 원안대로 통과되지 못한 경우, 즉 수정이나 부결된 경우는 겨우 10%도 안 됐다고 합니다. 내각이 미리 참의원의 의사를 반영했거나, 중의원 심의단계에서 참의원의 의사에 맞게 조정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참의원 자체가 그다지 정권 견제의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죠. 그래서 왜 있는지 모르겠다는 '참의원 무용론'까지 대두됐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난 1989년부터 참의원의 위상이 전혀 달라집니다. 여당인 자민당이 참의원에서 단독 과반수를 상실했기 때문이죠. '여소야대'가 된 것입니다. 중의원을 통과한 주요 법안이 참의원을 통과 못하는 일이 빈번해집니다. 특히 소선거구제 도입이후 나타난 중의원의 '양대 정당화' 현상이 참의원에도 두드러진 지난 2004년 이후 참의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집니다. 비교적 평화(?)롭던 참의원이 중의원처럼 치열한 여야 대립의 격전장이 된 것입니다. 여소야대 참의원에서 제 1야당이 대여 공세를 통해 내각의 정책입안을 저지하고, 다음 중의원 총선거에서 정권 탈취, 즉 중의원 승리를 모색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또 중의원이 4년마다 치러지는 반면 참의원은 3년마다 한 번씩 치러지다 보니(임기는 6년이지만 절반씩 나눠서 뽑음), 중의원 선거 사이에 반드시 있게 되는 참의원이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도 갖게 됐습니다. 이제는 '무용론'이 아니라, 지나치게 권한을 행사한다는 의미에서 반대로 이른바 '참의원 폭주 현상'이 나타납니다.

참의원이 위상이 강화되면서 나타난 대표적인 현상이 연립 정권 구성입니다. 중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과반수를 차지했어도, 시차를 두고 치러지는 참의원에서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당과의 연합이 불가피해진 것입니다. 원활한 국정운영, 즉 법안의 참의원 통과를 위해 부득이하게 여당은 연립 정권을 구성해 과반을 획득할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자민당이 오랫동안 공명당과 손을 잡고 연립 정권을 구성한 것도, 중의원이 아니라 참의원의 과반의석 확보 때문이었습니다.

지난해 8월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하며 55년 만에 자민당 정권을 무너뜨린 민주당 정권이 사민당, 국민신당과 손을 잡은 것도 참의원 때문이었습니다. 중의원에서는 전체 480석 가운데 과반을 훨씬 넘는 308석을 차지했지만, 참의원에서는 10석 정도가 부족해 각각 5석을 가진 사민당, 국민신당과 연립내각을 구성했던 것입니다. 참의원 선거를 함께 치렀다면 민주당 바람을 타고 역시 압승이 가능했겠지만, 당시 참의원은 지난 2004년과 2007년에 치러진 선거를 통해 의석이 결정된 상태여서 과반을 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한 지붕 세 가족'의 연립정권이 순탄할 리가 없죠. 결정적일 때 삐거덕거리며 불협화음을 일으켜, 민주당 인기하락의 빌미를 제공합니다. 특히 지난 5월 사민당이 후텐마 기지 문제로 연립정권에서 이탈하며 하토야마 전 총리의 중도하차에 결정타를 먹인 것이 대표적입니다. 중의원의 과반을 넘게 차지한 집권 민주당이 불과 참의원 5석의 사민당에게 휘둘리며 절절 매다가, 결국 총리사임에 이르는 결정타까지 맞게 된 것이죠. 이런 현상은 자민당 연립 정권 당시에도 흔했는데, 그래서 일본 전문가들은 “꼬리가 머리를 흔든다”고까지 표현합니다.

이번 참의원 선거 이후도 비슷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주당으로서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연립내각 구성이 절실합니다. 그렇다면 과반수 부족을 매워줄 정당과의 연합이 필수인데, 공명당(19석)이나 다함께 당(10석)이 그 대상이 되는 것이죠. 그러나 두 정당은 앞서 말했듯이 힘 떨어진 민주당과 손을 잡으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선거결과는 국민이 민주당을 심판한 격인데 지금 연립정권에 동참할 경우, 나중에 치러지는 중의원 선거와 참의원 선거에서 여론의 역풍이 무섭기 때문입니다. 또 손을 잡더라도 지금보다 나중에 잡는 것이 몸값을 올리는데도 유리합니다. 민주당은 노골적인 추파를 던져도 두 당의 반응이 신통치 않자, 정책 사안별로 손을 잡는다는 '부분 연대론'을 말하고 있습니다.

참의원 선거에는 비록 패배했다고 하지만 중의원 의석수가 많은 민주당에게는 연립 정권에 목을 매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일까요? 대답은 '그렇다' 입니다. 중의원 통과 법안이 참의원에서 부결될 경우 물론 '재가결'이 가능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중의원 출석의원 3분의 2의 찬성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이 붙습니다. 민주당의 중의원 의석수가 2/3에 가깝기는 합니다만, 정확히 2/3를 넘지는 못합니다. 만일 중의원의 의석수가 2/3를 넘는다고  하더라도, 참의원에서는 법안 표결을 최대 61일까지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예전 자민당 정권 때 실제 그런 예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법안 통과가 두 달이나 늦어진다면 '타이밍'이 중요한 정치판에서 그 자체가 큰 타격입니다. 현 민주당에게는 '재가결'에 필요한 의원 수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참의원 과반 확보가 유일한 방법입니다.

지금까지 이른바 '참의원 폭주 현상'의 부정적인 면만을 거론했지만, 사실 민주주의 원리로 따지면 참의원 여소야대는 긍정적입니다. 정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균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국민들이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를 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고요. 만일 민주당이 아니라 극우 정당이 중의원에서 압승을 했는데, 참의원이 제도적으로 이를 견제하지 못하고 극우 정당의 '말도 안 되는' 정책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한다면 얼마나 끔찍할지 상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가실 겁니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잦은 수상교체 현상을 보면, 지금과 같은 참의원의 막강한 권한이 꼭 좋은 것인가 생각하게 합니다. 자민당의 아베 전 총리와 후쿠다, 아소 전 총리, 그리고 민주당의 하토야마 전 총리까지 모두 조금씩 이유는 다르지만, 참의원 여소야대로 인해 정권운영에 심각한 애로를 겪다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난 측면이 큽니다. 간 나오토 총리도 어떤 연립정권 파트너를 만나게 될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뜻한 대로 정책을 펴지 못하고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 선거에서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했으니 당연히 감수해야 할 결과이기는 하지만, 요즘같이 불안한 일본의 정계흐름을 볼 때 너무 가혹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오늘도 패배한 민주당의 부산한 움직임에 관한 뉴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예상대로 내홍이 심한 것 같습니다. 간 총리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싶습니다. 제가 특파원으로 있을  남은 3년 반 동안 얼마나 많은 수상이 바뀌게 될까 한편으로 걱정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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