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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폭발에도 멀쩡…스위스 포트 녹스 지하금고

알프스의 고봉 융프라우(4,166m)가 자리잡은 스위스 중부 산악지방 베르너 오버란트의 깊숙한 곳에 위치한 옛 군사용 벙커 2곳이 전세계 부자 고객들의 귀중품을 보관하는 지하금고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지하금고의 이름 '스위스 포트 녹스'는 미국 금괴 보관소(USBP)가 위치한 미 켄터키주의 군사기지 포트 녹스에서 따온 것이라고 스위스국제방송 인터넷판이 29일 보도했다.

스위스 휴양지인 사넨과 츠바이짐멘 등 2곳에 있는 보관소는 안전한 디지털 자료 보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사실은 단단한 암반과 철통같은 경비 장치에 둘러싸인 장소에 넣어둘 만한 물건은 뭐든 보관한다.

이 지하요새는 검은 제복을 입은 경비들과 수많은 검문소, 경보시스템, 방폭 및 방탄 성능이 있는 출입문 등 자연재해로부터 테러리스트 공격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막아낼 수 있는 장치를 갖추고 있다.

허술한 외관만 보면 스위스 포트 녹스 내부에 복잡한 장치들이 작동 중이라는 걸 상상하기 힘들다.

산비탈에 설치된 비바람에 바랜 출입문을 지나면 복잡한 최첨단 기계장치와 금속제 보안 장치들이 외부인의 무단 침입을 철통같이 막고 있다.

디지털 자산 전문 프라이빗뱅크인 SIAG의 크리스토프 오츠발트 CEO는 "두 곳의 스위스 포트 녹스 모두 위험도 제로의 시설"이라고 말했다.

다년간의 준비 끝에 SIAG는 1996년 사넨에 스위스 포트 녹스를 개설했고, 수년 후 이로부터 10㎞ 떨어진 츠바이짐멘에 다른 저장소를 만들었다.

이 시설은 화재와 홍수, 지진, 정전은 물론 핵과 화생방 공격에도 대비하고 있다.

이용 고객의 국적은 30개가 넘고, 일부는 이 시설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항공기 착륙장과 세관을 통해 입국한다. 일부 고객들은 인터넷을 통해 원격 거래를 한다

오츠발트 CEO는 자신도 10 기가바이트(GB)에 달하는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면서 "개인으로서 우리는 누구나 사진, 계약서, 스캔한 문서 등과 같은 디지털 보물들을 갖고 있다"며 "우리 고객 중에는 한달에 1만원을 내고 랩톱 컴퓨터에 있는 자료들을 저장하는 싱가포르 대학생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대기업들은 자료를 보관하고 전세계 어디서든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매년 11억~22억 원의 보관료를 지불한다.

해킹을 막기 위해 시스템에 들고 나는 모든 자료는 복잡한 448 비트 짜리 암호키의 보호를 받는다. 통상 은행 온라인 거래에 사용하는 암호키는 128 비트다.

하얀 제복을 입은 기술자가 모든 것이 원활하게 작동하는지를 점검하며, 서버가 있는 방에는 외부인의 출입이 일절 금지된다.

오츠발트는 "우리는 자료를 수십억 달러의 가치가 있는 물건처럼 취급하는, 가장 안전하고 튼튼한 은행이 돼야 한다"며 "보관하는 물건이 금괴가 아니라 기술적인 저장장치이므로 이런 안전성에 도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이점이 스위스 포트 녹스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말했다.

로그인 정보와 패스워드는 어디에도 저장되지 않으며, 만약 고객이 그것을 잊어버리면 이 회사 안에있는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예술적 경지의 요새에도 최첨단이 아닌 보관시설도 있다.

지난달 유럽 연구자들은 미래 세대가 퇴화한 기술을 이용해 저장된 자료를 해독할 수 있도록 도와줄 디지털 게놈을 이곳에 저장해뒀다.

타임캡슐 제작은 4년에 걸쳐 1천500만 유로가 투입된 `플래닛' 프로젝트에 따른 것으로, 유럽의 도서관, 문서 보관소, 연구소 등 총 16개 기관의 전문가들이 참가했다.

프로젝트에 참가한 안드레아스 로버 오스트리아 빈 기술대학 교수는 "타임캡슐을 보관하기 위해 가장 안전한 장소를 물색했는데 그곳이 바로 스위스 포트 녹스였다"고 말했다.

스위스 포트 녹스는 최근 부유층들의 각광을 받고 있는 금 보관 대행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세계금위원회(WGC)의 스테파니 매크렐 대변인은 "황금은 금융시장의 환경이 점점 더 복잡하고 불안정해지는 상황에서 단순성과 투명성, 안정성을 보장해 주는 자산"이라며 은행을 더이상 신뢰하지 않는 고객에게는 금 자산을 은밀하게 보관하는 것이 완벽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츠발트는 "귀중품을 지키는 것은 스위스의 장기"라며 "스위스는 가톨릭 교황을 500년 동안 보호해왔고, 은행 비밀주의의 오랜 전통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제네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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