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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두 장면을 비교해보면?

안보 논리가 표현의 자유를 넘어설 수는 없어

◆ 청와대 옆에서 가스통 시위가 웬말?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이미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주옥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말은 "Our liberty cannot be guarded but by the freedom of the press, nor that be limited without danger of losing it."입니다. 물론 외우고 다니는 건 아니고요.

이렇게 번역하면 될까요? "언론 자유가 없이 우리의 자유로운 삶은 지켜질 수 없으며, 우리의 자유로운 삶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언론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 이 말은 종종 '언론 자유는 다른 모든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자유'라고 소개가 됩니다. Liberty를 freedom보다 더 큰 의미의 자유, 즉 '자유로운 삶' 자체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지요. 미국 독립 선언문을 기초했고 나중에 3대 대통령이 된 토머스 제퍼슨이 1786년에 한 말입니다. 우리는 그 때가 조선 정조 10년이었으니까 대충 언제쯤인지 감이 잡히시죠.

지금 국내에서 사상의 자유, 그리고 그것을 표현할 자유를 대놓고 부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당당한 헌법상의 기본권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이론적으로만 그런 것 같습니다. 이번에 참여연대가 UN에 서한을 보낸 일에 우리 사회가 반응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참여연대가 한 일에 대해 모든 사람이 나름대로 찬반의 의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칭찬할 수도 있고 비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에서 멈췄어야 합니다. 특히 이른바 스스로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상의 기본권 자체를 폭력적으로 부인하는 행동을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백주 대낮에 집회가 금지되어 있는 청와대 지척(참여연대가 청와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에서 가스통까지 등장하는 게 말이 됩니까? 더구나 일부 언론이 이런 행동을 두둔하는 것처럼 비쳐진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참여연대는 시민단체입니다. 정부 기관이 아닙니다. 시민단체는 본질적으로 정부가 하는 일을 견제, 감시하는 기능을 합니다. 시민단체가 정부 기구의 일부처럼, 정부와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잘못된 생각입니다. 어떤 일에 대해서든 말입니다. 시민단체를 다른 말로 비정부 기구,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라고 부르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 언론에는 종종 일본의 시민단체나 개인이 종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자국 정부를 비판하고 피해자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립니다. '양심적 일본인'이라는 칭찬과 함께 말이죠. 이들은 미국 의회에서 일본을 비판하는 결의안을 끌어내는데 앞장서기도 하고 UN과 같은 각종 국제기구에서 일본의 책임을 묻는데도 앞장섭니다.

뿐만 아닙니다. 독도 문제에서도 그렇습니다.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근거를 발굴해서 공개하는 일본 학자들도 있고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시하는 것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도 있습니다.

이번에 참여연대를 비난하는 시각에 견줘본다면 이들은 일본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불온한 사람들이지요. 국제적으로 국가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영토까지 위협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이라크 전장에서 미군 병사들이 매일같이 희생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한 미국 정부의 정보 조작 문제를 UN 등에 제기했던 미국의 시민단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9.11 이후 애국주의가 휩쓸고 있는 미국에서도 이러한 시민단체의 활동을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행동으로 몰고 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해서, 침몰 원인 등이 문제될 때마다 등장하는 천안함 희생자 유족들의 발언에 대한 보도도 생각해볼 대목이 많습니다. 천안함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그 가족을 위로하고 보살피는 문제와 천안함 침몰 원인이 무엇인지를 따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정부가 발표한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다고 해서 천안함 희생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희생을 폄하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교묘하고 사안을 그렇게 보이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히 이성적이어야 할 언론 매체들까지 나서서 천안함 사건의 원인에 대한 정부 발표에 문제를 제기하면 마치 희생자들을 욕보이는 것처럼 몰고 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다시 토머스 제퍼슨으로 돌아갑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The only security of all is in a free press. The force of public opinion cannot be resisted when permitted freely to be expressed." 이건 대통령을 그만둔 뒤인 1823년에 한 말입니다. 안보라는 것이 입단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통해서 형성된 여론에서 나온다는 겁니다. 참여연대가 UN에 서한을 보낸 일을 철없는 짓이라며 훈계했던 많은 언론인들이 이 말을 좀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 대놓고 軍 기밀문서 공개.. 국가 안위보다 '만취' 해명이 먼저? 

이렇게 일개 시민단체가 UN에 보낸 서한을 놓고 가스통까지 등장하는 이런 시절에 큰 주목을 받지 않고 넘어간 일이 있습니다. 이상의 합참의장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 뒤에 한 행동입니다.

이 의장은 자신이 천안함 침몰 사건이 일어난 날 술에 만취되어 있었고 합참 지휘통제실을 장시간 비웠으며 부하 장성이 비상경계태세를 발령한 공문을 마치 자기가 발령한 것처럼 조작했다는 감사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서 말이지요.

공직자라 해서 사실과 다른 부분을 해명하겠다고 나선 것을 뭐라 할 생각은 없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이 의장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겠다며 대변인실로 일부 기자들을 불러서는 비상경계태세 공문을 직접 보여줬습니다. 2급 비밀 서류입니다.

우리 군이 얼마나 비밀을 중시하는지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2급 비밀이면 당연히 비밀취급 인가를 받은 사람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육군 대장으로 현역 군인의 최고 수장인 합참의장이 2급 비밀 서류를 들고 와서 민간인들에게 공개한 겁니다. 그것도 자신을 변명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물론 자신이 하려던 해명이 성공했는지도 미지수입니다만...

  

◆ 어느 나라 국무총리입니까?

서울대 총장을 지낸, 그래서 지식인의 대표로 불려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운찬 총리는 UN에 서한을 보낸 일과 관련해 참여연대를 "어느 나라 국민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습니다. 보수 단체 관계자는 참여연대를 고발했고 검찰은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아주 진지하게'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외교부는 참여연대의 서한 발송을 "우리 정부의 외교 노력을 저해하는 것으로 극히 유감스러운 행동"이라고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비난했습니다.

그런데 이상의 합참의장의 2급 비밀 문서 공개는 정부 내에서는 물론 보수 단체들도 전혀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정말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합참의장이 만취했든 그렇지 않든, 자신에 대한 의혹을 해명하겠다며 2급 비밀 문서를 흔드는 것에 대해 엄정하게 비판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시민단체가 UN에 보낸 편지와 자신에 대한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서는 군사 기밀 문서를 공개하는 것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우리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행동일지 궁금합니다. 만약 다른 사람이 2급 비밀 문서를 이렇게 공개했다면 그것이야말로 수사와 처벌 대상이 됐을 겁니다.

안보 문제에서는 여야가 따로 없고 모든 국민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합니다.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국가 안보는 여야는 물론 모든 국민의 공통의 목표라는 뜻이라면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어떤 시점의 정부나 어떤 세력이 취한 입장이 국가 안보를 위한 유일한 목소리일 수는 없습니다.

정부나 어떤 세력이 국가 안보라는 말만 들이밀면 다른 모든 사람은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특히 언론이 그런 입장을 취한다면 그것은 더욱 위험합니다. 언론은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정말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이런 언론이 감히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해서 바른 길로 가게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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