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국 의회에서는 한국전쟁 60주년 기념식이 아주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미국 시간으로 24일 오전 11시에 시작됐으니까 한국 시간으로는 25일 새벽 0시가 되겠군요. 저 역시 미국에 온 뒤로 텔레비젼 뉴스에서만 봤던 미 의회 지도자들을 가까이서 이렇게 다 본 게 처음이었습니다. 위 사진속 하얀 옷을 입은 여성이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입니다. 그녀에게 얼굴이 많이 가린 사람이 미 상원 민주당의 해리 리드 원내대표, 그 오른쪽으로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미치 맥코넬, 미 하원 민주당 스테니 호이어 원내대표, 존 베이너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서있습니다. 사진 맨 왼쪽에 활짝 웃고 있는 사람은 찰스 랭글 미 하원의원입니다.
미국 의회 사람들도 "한국전쟁 60주년이다 보니 미 의회 차원에서 아주 큰 규모로 기념식을 하는 것이다. 아마도 한국전쟁 이후 한국전 관련 행사중 가장 큰 행사가 아닐까 싶다."고 하더군요.
그러다 보니 언론의 관심도 높았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말이죠. 저 가운데 SBS 카메라도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오늘 연단에는 모두 9명이 자리를 잡았는데요, 한쪽에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출신인 알랜 스펙터 상원의원과 찰스 랭글, 하워드 코블, 존 코이너스 의원, 그리고 낸시 펠로시 의장을 비롯한 미 의회지도자 5명입니다.
이들이 모두 인삿말을 했는데, 가장 많이 한 언급이 바로 "흔히들 한국전쟁을 일컬어 잊혀진 전쟁이라고 합니다."는 말이었습니다. 미국 현대사에서 승리와 패배의 대표적 상징으로 자리잡은 제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 사이에 끼인 전쟁인데다, 벌써 60년전 일이라는 시간의 장벽때문에 그렇게들 부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늘 이들은 "그럼에도 우리는 한국전쟁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한국땅에서 목숨을 바친 젊은 미국 용사들의 희생과 애국심 또한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고 발언했습니다. 잊혀진 전쟁이라고들 하지만 우리는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죠. 한국 땅에서 벌어진 전쟁을 머나먼 이역의 사람들이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을 보며 기분이 묘했습니다. 다만 이들에게도 한국전쟁은 남의 전쟁이 아닌 자신들의 전쟁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기념식 도중에 두 차례의 기도 순서가 있었는데요, 국가 공식 행사에서 기도가 빠지지 않는 것을 보면 미국은 기독교 국가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종교의 화합을 위해서인지 첫번째 기도는 개신교 목사가, 두번째 기도는 성공회 목사가 하더군요. 연단에 선 의원 9명 가운데 성호를 긋는 사람은 낸시 펠로시 의장이 유일하더군요.그녀가 유일한 카톨릭 신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발언 순서였습니다. 참전용사 출신 의원 4명이 먼저 발언하고, 그 다음에 하원 공화당 대표, 하원 민주당 대표, 상원 공화당 대표, 상원 민주당 대표, 낸시 펠로시 의장 이렇게 발언했습니다. 소수당 대표를 먼저 연단에 세우는 게 이색적이었습니다. 소수당을 배려하는 전통과 관행이 느껴졌습니다. 한국 같으면 당연히 다수당 대표가 먼저 나섰을 텐데 말이죠. 한국 정치권에서도 한번 참고할만 하다 싶었습니다.
오늘 행사장에는 한덕수 주미대사와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60주년 행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리틀 엔젤스단원들이 곱게 한복을 입고 동석했습니다. 미국 의회 사람들이 이 아름다운 한국의 소녀들과 사진을 찍느라 야단법석이었습니다.
기념식에 이은 리셉션 장소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의사당내 레이번 룸이라는 곳에서 열렸는데요, 한덕수 대사가 "한국에서 60년은 큰 의미를 갖는다. 60년이 지나면 새로 출발하는 것이다."고 설명을 해줬더니 찰스 랭글 의원이 갑자기 나와서는 "내가 한국전쟁에 참전했을 때 스무살이었는데, 한대사 말대로라면 나는 여전히 스무살인 셈이다."고 파안대소했습니다.
오늘 기념식과 리셉션을 지켜보면서 미국에게 한국은 의미있는 나라라는 느낌을 갖게 돼습니다. 정치적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말이죠. 자신들이 군인들과 무기를 보내 지켜줬던 가난하고 조그만 나라가 오늘날에는 번듯한 나라가 돼서 자신들과 이해관계를 따질 만큼 성장한 데 대한 보람도 갖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은 여전히 자유에 대한 위협을 불사하는, 그러면서도 가난하고 활력없는 나라라는 대조적인 발언들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의 선택이 옳았고, 오늘의 한국은 자신들 덕분이라는 행간의 의미도 있는 듯 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게 미국은 어떤 나라일까요? 당연히 한국을 구해준 고마운 나라일 수도 있겠고, 군사정권을 지지했던 부정적 의미의 빅 브라더 일수도 있겠고, 조그만 나라로부터도 철저하게 잇속을 챙기려는 덩치 큰 나라일 수도 있겠고,, 뭐 여러 가지의 해석이 가능하겠죠. 여러분 생각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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