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월드컵 16강… 태극전사 '병역 면제' 또 논란

한국 축구대표팀이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의 쾌거를 거두면서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의 병역  면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한국 야구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준우승이란 기대  이상의 좋은 성적을 거두자 선수들에게 병역 면제 혜택을 주자는 여론이 일었지만  결국 무산됐다.

◇ 병역혜택 제도의 변천   

 현행 병역법 시행령은 '체육요원'이란 이름 아래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체육인에게 병역 혜택을 주고 있다.

대상은 올림픽게임에서 금.은.동메달을, 또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선수다.

이들은 4주간 군사교육을 포함해 34개월간 해당 스포츠 분야에서  공익근무요원 으로 근무하면 병역을 마친 것으로 간주된다.

형식상 공익근무를 하는 셈이지만  사 실상 선수 또는 체육지도자 생활을 그대로 하면 된다.

이 제도는 1973년 도입된 이래 수차례 개정됐다.

맨 처음엔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뿐 아니라 세계선수권대회, 유니버시아드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 3위 이상 입상 도 수혜 대상이었다.

몇 차례 손질을 거쳐 1990년부터 지금처럼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 상자로 대상이 제한됐다.

그러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4강 진출이란 사상 초유의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병역 면제 여론이 일었고, 이를 수용해 월드컵 16강 이상 진출할  때도 병역 혜택을 주도록 법령이 개정됐다.

이번 월드컵에서 뛰는 박지성, 김남일, 이영표, 차두리, 안정환 같은 선수들이 이때 병역을 면제받았다.

2006년엔 첫 WBC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이 4강에 오르자 역시 'WBC 4강  이상'이 란 요건이 추가되면서 선수들이 혜택을 봤다.

그러나 비인기 종목과의 형평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 등이 나오면서  '월드컵 16강' 'WBC 4강' 요건은 2007년 말 폐지됐다.

여론이나 사회적 분위기 등에 휩쓸려 다소 오락가락해온 셈이다.

 ◇ "역량 향상에 보탬" vs "왜 축구만 특혜"    

이번에도 월드컵 대표팀이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란 성적을 내면서 병역  혜 택이 거론되자 누리꾼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이 '태극전사들에게 병역 특례를 주도록 정부에 건의하겠 다'고 나서고 허정무 대표팀 감독도 '젊은 선수들의 해외 진출에 걸림돌이 되는  병 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거든 것이 논란의 기폭제가 됐다.

체육.예술 유망주의 병역 면제는 오래된 논란거리다.

체육.예술계 내부에선  기 량이 절정에 달하는 청년기에 병역 의무가 실력 향상의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체육.예술계 바깥에선 특혜 아니냐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실제 이번에도 허정무 감독은 "16강 진출은 해외파 선수들이 큰 도움이 됐다"며 "많은 선수들이 해외에서 뛰고 싶어하지만 병역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 주장 박지성 선수도 "원정 월드컵 16강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병역  혜 택을 받은 선수들이 유럽에 진출했기 때문"이라며 "한국이 계속 강팀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선 (병역 혜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누리꾼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아이디가 'gaorun'이란 누리꾼은 "다른 종목은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 아니면 병역 면제를 못 받는데 축구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16강만 올라도 특 별 대우를 원하느냐"고 비판했다. 

누리꾼 'dundee'는 "국방을 흥정거리로 취급하는 체육인들의 발상이  대단하다" 며 "왜 체육인만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하느냐"고 따졌다.

회사원 이모(35)씨는 "비인기 종목에선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가 세계 1등을 해도 병역 면제 혜택을 못 받는다"며 "월드컵 출전 선수는 최대 1억7천만원까지 포상금도 받는데 병역 혜택까지 주는 것은 형평성을 잃은 처사"라고 말했다.

반대로 누리꾼 'lhn898'은 "해외 진출(한 선수가) 없었으면 (월드컵 16강  진출 은) 단 한 번의 안방 잔치에서 끝났을 것"이라며 "국민을 이만큼 기쁘게 해줬는데  값진 일"이라고 말했다.

누리꾼 'mandol00'도 "아시안게임 우승보다 월드컵 16강 진출이 세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대한민국에 이익이 된다"며 "국가에 그만큼 도움을 준 대한민국  축구 선수들에게 병역 면제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절충안을 제시하는 의견도 있다.

'아시안게임에 나가 금메달을 따면  당당하게 병역 면제를 받을 수 있다'거나 '면제는 지나치고 선수로서 전성기가 지난 35세 이후에 병역 의무를 지게 하자'는 것이다.

김대길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축구 선수들이 국방의 의무보다 축구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고 국민이 판단하고 동의할 때만  병역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한축구협회 등이 인위적으로 나서서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축구계 관계자는 "축구인으로서 월드컵은 WBC나 유도, 레슬링 같 은 개인 종목과는 성격이 다르고 병역 면제가 한국 축구의 경기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병역만큼은 형평성 문제 때문에 폭넓게 다양한 의견을 듣 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