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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지세대'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NO"

이데올로기 거부하고 탈냉전 실용주의 중시

"지난 2월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잘 싸워 정말 기뻤습니다. 그런데 서울시청 광장에서 대규모 환영행사를 벌이는 것을 보고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이 70년대도 아닌데 금메달리스트들과 유명 가수를 불러놓고 축하행사 하는 것을 보면서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회사원 이지연(29.여)씨는 올해 초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선수단 환영 축하행사를 TV로 보며 요즘 말로 "손발이 오그라들었다"고 말했다.

체육계 고위 인사들과 메달리스트들이 나와 형식적으로 노고를 위로하고 뜬금없이 유명 가수들이 나와 노래 몇 곡씩 부르는 행사가 너무 '옛날스러웠다'는 것이다.

이씨는 "옛날 방식을 보면 '왜 아직도 저런 식일까' '코드가 안 맞다' '좀 부끄럽다'와 같은 느낌이 든다"며 "정치든 문화든 옛날 방식은 아무래도 젊은이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 탈이념.."실용이 중요하죠"

기성세대는 아무런 부담 없이 받아들이는 환영 축하행사를 '옛날 식'이라며 거부감을 보이는 검지세대의 실체는 무엇일까?

신문이나 방송 등 오프라인을 통해 정보를 얻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검지세대는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부터 수많은 정보와 접속하는 온라인 세대다.

따라서 검지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반대로 반공 이데올로기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탈이념적 성향이 도드라진다는 얘기다.

제대 후 복학 준비를 하고 있는 김현수(24.조선대)씨는 "'젊은이는 진보 세력이다'라든가 '요새 젊은이는 보수화됐다'는 식의 세간 평가는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실용적인 관점에서 필요한 것을 선택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던 20대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은 탈이념적 성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여겨진다.

강원택 숭실대 정치학과 교수는 "요즘 젊은이들은 이전 세대처럼 이념에 대한 집착이 강하지 않다"며 "고용에 대한 기대 때문에 한나라당을 지지했다가 이후 민주적 가치가 후퇴한다고 느끼자 지지 정당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수-진보' 이분법에서 벗어난 검지세대가 관심을 두는 것은 거대 담론이 아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생활 이야기라는 것도 특징이다.

대학원생 김종규(29.고려대)씨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학생들 사이에서 '시장·구청장 투표는 안 하더라도 교육감 투표는 꼭 해야 한다'는 당부들이 있었다"며 "교육감 투표를 중요한 생활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 탈정치? "아닐걸요"

이런 '생활 정치'에 대한 높은 관심 때문에 "20대가 탈정치화됐다"는 평가도 수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학 1학년인 박춘태(18.고려대)씨는 "대학생이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흔히 생각하지만, 강의실과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지는 토론을 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라며 "옛날처럼 구호를 외치거나 단상에 올라가지 않을 뿐 인터넷 공간 등에서 활발하게 자기주장을 펼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탈이념과 탈정치는 다르게 봐야 한다"며 "젊은이들은 자신이 정치 행위를 한다고 인식하지 못하지만 인터넷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다양한 공간에서 일상의 문제를 고쳐나가면서 사실상 정치행위를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도 "20대의 정치 활동에는 촛불시위의 경험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한국의 대학교육을 거부한 '김예슬 선언'이나 청년실업노조도 20대의 재정치화를 이야기할 때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 디지털 '중무장'..초스피드 공유

스마트폰 등 최신 디지털 기계로 무장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강한 연대감을 만든다는 것도 검지세대의 특징이다.

개인 관심사에서부터 무거운 정치 이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무차별적으로 팔로어(자신의 메시지를 받아보는 트위터 이용자)에게 뿌리고 새로운 정보를 추가하면서 때로는 집단행동을 감행하기도 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특히 이런 문화가 함축적으로 나타나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한상훈(24.중앙대 휴학생)씨는 "전역 후에도 정치에 큰 관심이 없다가 트위터 독려로 투표하게 됐다"며 "88만원세대가 아니라 88%세대가 되자는 등의 감성적인 메시지가 마음을 움직였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주희(27.여)씨는 "트위터를 이용한 정보 전파는 그 속도가 기존의 블로그와 미니홈피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며 "내용의 임팩트에 따라 삽시간에 강력한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미디어의 속도감 때문에 검지세대가 정보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할 때 근거 없는 유언비어 확산에 악용될 여지도 적지 않다.

노기영 한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트위터 메시지는 한번 전달되면 되돌이키기 힘들고 내용의 진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힘들다"며 "젊은이들이 잘못 유통되는 정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소프트문화, 약자 편들기 좋아"

'소프트(soft) 문화'도 검지세대만의 특징이다.

기성세대가 촛불시위에서 시위를 마치 놀이처럼 즐기는 젊은이들을 보고 놀랐듯이 검지세대는 딱딱한 것보다 기발한 패러디나 부드러운 표현 방식을 선호한다.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 이후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는 검지세대가 아이폰에 '1번'이라고 적어 '북한제 아이폰'이라고 비꼬거나, 1번 시내버스를 '대남 침투용 북한 버스'라고 칭하는 것이 예들이다.

민주화를 이룬 시대에서 자란 검지세대는 모든 권력을 풍자의 대상으로 삼아 웃고 즐기며 투표나 시위도 마치 게임이나 놀이처럼 즐기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문화코드가 지나치게 충동적이고 감성적으로 흘러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가볍고 감성적인 행위가 카타르시스로 끝나서는 안된다"며 "문화의 가벼움과 별개로 행위에 대한 책임은 항상 존재한다"고 말했다.

검지세대는 또 무조건 약자의 편을 드는 성향이 있다.

최근 사이버 공간을 뜨겁게 달궜던 '경희대 패륜녀'나 '발길질녀', '인천 패륜녀', '배신남' 등은 모두 약자를 괴롭힌 강자에 대한 응징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검지세대는 너무 자기 중심적이며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고 배려하기보다는 무엇이든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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