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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정책 패러다임 전환 배경은?

정부가 13일 발표한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 방안'의 핵심은 은행의 선물환포지션 규제 신설로 특히 외국은행 국내지점을 겨냥했다는 점에 있다.

그동안 외은지점은 달러화 유입 창구라는 점에서 규제 자유 지역에 있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외은지점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

당시 외은지점이 차입한 외화는 버팀목이 되기는커녕 본점으로 빠르게 유출되면서 환율이 급등하는 등 시스템 리스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에 단기외채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이런 맥락에서 나온 정부의 이번 대책은 1993년 금융자율화 및 시장개방 계획을 시작으로 하는 '외환 자유화' 일변도의 궤도에서 이탈한 것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의미가 있다.

물론 정부는 주식과 채권 등 자본시장의 대외개방이라는 외환자유화 정책기조는 유지하고 있지만 외화차입시장에 대한 정책기조는 변곡점을 지났다.

우리나라의 외환자유화 정책을 보면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위해 자유화 드라이브를 걸었으며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위기 이후에는 강제로 빗장을 열어야 했다. 환란 때 외국인 상장채권 투자한도와 상장주식 투자한도를 잇달아 폐지하고 비상장주식과 채권투자도 허용하는 등 짧은 시간에 문을 활짝 열었다.

이런 영향으로 1998~2004년까지는 국내 증시의 저평가 등이 겹치면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들어왔고 2005~2008년에는 조선업체와 자산운용사의 환헤지를 위한 선물환매도가 늘면서 외화차입이 급증했다.

하지만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2008년 9월부터 3개월 동안 무려 695억달러가 빠져갔다. 이 규모는 1998~2008년간 순유입된 외화 2천219억달러의 30%에 이르는 것으로 당시 외화의 엑소더스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대로 치솟기도 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아 물가는 치솟고 실업자가 늘어나는 등 국가 경제는 멍들었지만 급격한 자본유출의 장본인인 외은지점의 장사는 쏠쏠했다. 2008년 외은지점의 순이익은 2조2천억원에 달했으며 선물환 등 파생상품 관련 이익으로 23조5천억원을 올린 것.

이에 따라 정부는 급격한 외화 유출입으로 국가 경제 전체가 부담을 지지만 외은지점은 사실상 무위험 거래로 수익을 챙기는 구조를 더는 내버려둬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기본으로 외환제도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마침 글로벌 차원에서도 주요 20개국(G20)과 IMF,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을 중심으로 급격한 자본유출입에 대한 금융규제 논의가 활발해진 것도 정책전환의 발판이 됐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 관계 부처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실무단을 가동해 외환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규제의 강도가 낮은 외환건전성 조치들을 우선 발표했으며 이후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강도가 높은 조치들의 손질에 들어갔다.

이번 대책은 외환자유화 이후 처음으로 외은지점을 규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외은지점은 물론 주요 금융기관과 수출기업,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의견을 구하고 스트레스 테스트도 거치는 등 정지작업도 신중하게 진행했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에 따라 이번 조치로 자칫 실물경제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에 따라 시나리오별로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거쳐 최종안을 다듬었다.

썰물 때 둑을 쌓아야 하듯이 최근 단기외채의 유입이 다시 고개를 들자 정부는 선제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포문은 이번 대책을 총괄한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이 열었다. 임 차관은 지난달 18일 ADB 국제컨퍼런스 축사를 통해 급격한 자본유출입 대응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정책 발표를 예고했다.

이어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강연 등을 통해서 외은지점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언급했으며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필요성을 밝히는 등 정부는 시장의 반응을 살피면서 발표시기를 저울질했다.

당초 정부는 이달 초에 발표하려 했지만 남유럽 사태가 다시 부각되고 헝가리 디폴트설까지 제기되면서 최종 발표는 13일에 이뤄졌다.

아울러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의 의장으로서 글로벌 금융안전망(FSN) 구축과 자본유출입 모니터링체제 재정비 등의 이슈를 주도하면서 자본유출입의 변동성 완화를 위한 국제공조를 이끌어 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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