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4일 천안함 사건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정식 회부한 가운데 안보리 거부권을 가진 러시아가 우리 정부가 원하는 수준의 대북 제재에 동참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러시아는 북한을 고립으로 이끌 강력한 제재보다는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경고 메시지'를 던지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모스크바 외교가의 분석이다.
현재 러시아는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우리 정부의 물증 제시에도 분명한 입장 표명을 유보하면서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3일 이윤호 주러 대사에게 신임장을 제정받은 자리에서 한반도 상황을 우려한다면서 평화적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또 4일 중국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러시아와 중국은 한반도 상황이 남북한 간에 대규모 충돌로 이어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기로 했다. 당사국들이 자제력을 갖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대북 제재로 인한 북한의 군사 보복 등 사태 악화를 막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지난해 6월 국제 사회의 여론에 떼밀려 북한의 2차 핵실험을 징계하기 위한 안보리 대북 결의안에 찬성 했지만 북한을 옥죄는 대북 제재에 대해서는 항상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안드레이 네스테렌코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2월 "제재는 경제적 고립이 아니라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제거하는 것이어야 하며 제재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철회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내 한반도 전문가인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게오르기 톨레라야 박사도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과거 사례에서도 보듯 대북 제재를 한다고 해도 북한의 행동은 결코 변한 것이 없다"면서 "러시아 당국은 제재가 북한 지도부에 통하지 않을 것이며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보리 대응이 군사적 대응을 배제한 상태에서 한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외교적 대응카드겠지만 이미 작동 중인 유엔 결의 1718호와 1874호에 더해 추가적인 제재를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맥락에서 러시아는 이번에 법적 구속력을 갖는 대북 결의안보다는 의장 성명을 선호하리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러시아는 과거 북한 문제와 관련해 직접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중국과 행동을 같이한 경우가 많아 이번에도 중국과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라브로프 장관이 이날 중국 측과 안보리에서 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을 것이라는 게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그동안 안보리 회부를 앞두고 러시아에 공을 들인 우리 정부로서는 러시아가 북한을 압박하는 데 우리와 같은 입장을 취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제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반신반의하는 러시아에 확신을 주고자 전문가팀을 보내도록 했고 3일에는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모스크바로 보내 북한의 도발에 대해 안보리가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 후속 협정 체결 등 최근 화해 분위기로 돌아선 미ㆍ러 관계를 고려할 때 미국이 러시아에 북한 제재 동참을 촉구하면 이를 러시아가 쉽게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리아노보스티와 이타르타스, 베스티 TV 등 러시아 언론들은 이날 우리 정부가 주(駐) 유엔대표부 대사 명의로 천안함 사건을 유엔 안보리에서 다뤄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서한을 안보리 의장국(멕시코)에 제출했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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