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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그리고 숨가쁜 외교전

중국과 러시아를 중립지대로...

이제 일주일이 또 지나갔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일로도 그렇고 바쁜 한 주였습니다. 천안함 사태를 둘러싸고 숨가쁜 외교전이 진행된,또 진행중인 한 주여서 더욱 바빴던 것 같습니다.

일주일전 클린턴 美국무장관은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그제 돌아올 때까지 일본과 중국, 한국을 잇달아 방문했죠. 가장 중요한 방문지는 역시 중국이었습니다. 좋게 말해서 중립적이고, 정확하게는 아직도 북한편에 조금은 더 기울어 있는 중국을 설득하는 게 천안함 사태의 진로에 가장 큰 변수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역내에 야기시킨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다. 우리는 교전과 도발의 확대를 막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와 매우 집중적인 협의를 벌이는 중이며 중국도 우리가 직면한 상황의 중대함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과 매우 잘 협력했고, 이런 맥락에서 어떻게 똑같이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지를 협의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클린턴 장관이 한 말입니다.

어제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한국을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중국 정부는 국제적인 조사와 이에 대한 각국의 반응을 중시하면서 사태의 시시비비를 가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해 태도를 결정하겠다. 중국은 그 결과에 따라 누구도 비호하지 않겠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한 원자바오 총리의 말입니다.이명박 대통령은 직접 자료를 제시하면서 원자바오 총리에게 천안함 조사결과를 설명하면서 북한의 소행이라는 결론이 왜 타당한지를 강조했다고도 합니다.

그 사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하토야마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해서 천안함 사태의 유엔 안보리 회부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한 가지가 더 있었네요. 러시아 정부가 성명을 발표해서 천안함 조사결과를 자체 검증할 전문가들을 한국에 보내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천안함 사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는 데 반대하며, 100% 북한의 소행이라는 증거가 나오기 전에 안보리에서 논의하는 것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아, 어젯밤에는 북한이 국방위원회 간부의 입을 빌어 "천안함 사태와 북한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그동안의 북한 관행으로 볼 때 대단히 이례적인 내외신 기자회견 형식으로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한의 주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거죠.

이렇게 간단히 정리했는데도 지난 한 주 천안함 사태를 중심으로 한 외교전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실감할 수 있네요.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15개의 이사국과 5개의 상임이사국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상임이사국은 만장일치로 안건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도 알고 계실 겁니다. 우리나라의 대응책이 "천안함을 북한이 침몰시켰다. 그렇다고 우리가 자위권을 발동해 북한을 공격하는 것은 국제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그러니 유엔 안보리가 이 문제를 논의해 북한을 강력하게 제재해 주기를 바란다."는 쪽으로 정리가 된 것도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아실 겁니다. 그런데 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 편을 들어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느냐 여부가 한국 정부의 외교력의 성패를 보여주게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미국이 전적으로 우리 편을 들어주면서 측면에서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미국의 외교력도 시험대에 오른 셈이죠.

그런데 어제 원자바오 총리의 말과 러시아 정부의 태도는 조금 더 새겨서 봐야 할 듯 합니다.

"중국은 누구의 편도 들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은 정말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천양지차가 되는 말입니다.

그동안 북한 편을 들어주는 듯 했던 중국이 적어도 북한 편은 들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니까 조금은 더 한국 쪽으로 온 것이라는 해석이 우선 가능합니다. 반면에 중국이 한국 편도 들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는 정반대 해석도 가능하죠.확실한 것은 중국 정부가 쉽사리 태도를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죠.

또 현시점에서 천안함 사태의 유엔 안보리 회부와 논의에 반대한다는 러시아 태도도 심상치 않습니다. 한국에는 제대로 보도되지 않은 외신 기사의 한 대목입니다.

"Russia's leadership is unhappy about being excluded from the multinational investigation into the cause of the sinking of the South Korean ship, according to AFP. "

해석하면 "AF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지도부는 천안함 침몰원인을 조사하는 국제조사단에서 러시아가 배제된 데 대해서 불쾌해 하고 있다."는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이 기사와 러시아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현 시점에서 러시아의 태도 또한 우리 편이라고 규정하기 어려울 듯 싶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지난 25일 전화통화에서 이런 내용의 대화가 있었다는 브리핑은 없었습니다. 다만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북한에도 분명한 신호를 보내겠다."고 한 발언 내용만 크게 보도됐죠.러시아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인지,아니면 당시 청와대 브리핑에서 빠진 내용이 있었던 것인지는 알 수는 없습니다. 역시 분명한 것은 러시아가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것이죠.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과 달리 러시아의 태도는 분명하다는 겁니다.브누코프 한 러시아 대사는 "며칠안에 러시아 전문가들이 한국에 와서 조사결과를 면밀히 검토해 러 정부에 보고할 것이다. 그 결과에 따라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 국익과 국제사회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을 수립할 것이다. 천안함 사건이 누구의 소행인지 밝혀진다면 국제사회에서 인정하는 절차에 따라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시일이 걸릴 것 같습니다. 다음주에 안보리 회부 절차를 밟겠다는 한국 정부의 구상이 약간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중국-러시아와 얘기가 되기전에 바로 절차를 시작한다면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천안함 사태를 유엔 안보리로 가져가겠다는 한국과 미국의 전략이 성공하느냐 여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얻어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아니면 두 나라를 최소한 중립지대로 끌고 와야 가능합니다. 안보리 논의에서 반대가 아닌 기권은 안건이 통과되는 데 대한 소극적 찬성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천안함 침몰은 북한의 소행이고,아직도 연기가 나는 총처럼 확실한 증거도 있는 만큼 러시아나 중국이 자체적으로 조사결과를 검증한다면 당연히 한국편을 들 것이라는 게 한국 정부의 판단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 판단이 기대에 머물지 않고 현실화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고 압박하는 외교전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의 협력도 중요하겠죠. 북한이 전에 없이 대규모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어서 천안함 사태와의 무관함을 주장한 것 역시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나름 외교전을 펼친 거죠.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의해 침몰했는데 러시아나 중국은 왜 저래?"라는 울분은 적어도 외교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조사결과에 대해 아직도 확신할 수 없다는 두 나라의 태도는 한국 정부 스스로도 조사결과를 더욱 면밀히 검토하고 증거를 보강해야 한다는 요구로 비쳐지기도 합니다. 글을 맺으면서 다시 한번 '사실'과 '진실' '정의'와 '현실'이라는 단어들이 떠오릅니다. 시작과 끝이 같은 뫼비우스의 띠도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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