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전문가들 "확성기방송 실행되면 심각해질 수도"

북한이 발표한 '남북관계 전면 단절' 등 대남 조치 8개 항과 관련, 대북 전문가들은 심리전 재개를 둘러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가장 많이 걱정했다.

또 개성공단과 관련해서 북한이 '사실상 폐쇄' 위협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전시법'을 앞세워 우리 측 인력을 인질로 억류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반면 낙관적 그림으로는 미국과 중국이 올해 하반기쯤 '한반도 안정'이라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토대로 남북간 중재에 나서 다소라도 긴장이 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북한이 발표한 8개항은 남측이 교류 협력과 교역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인 것 같다. 과거에 중단된 적이 거의 없는 판문점의 적십자연락대표부 기능까지 중단하겠다는 것은 '냉전 시대'로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개성공단내 경제협력협의사무소를 폐쇄하겠다고 했지만 공단 폐쇄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무소는 개성공단 이외의 남북 경협 문제를 논의하는 곳으로 공단과 특별한 연관이 없다. 오히려 우리 측에서 교역과 교류협력을 중단하겠다고 했으니까 이 사무소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 측면이 있다.

하지만 군사분계선에 확성기를 설치하면 북한은 예고한대로 개성공단에서 세게 나올 것이다. 북한은 확성기, 전단 등을 이용한 심리전을 체제전복 기도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장용석 성공회대 외래교수 = 대화 중단은 선언적인 것 같다. 적십자 채널을 닫은 것도 실제로 진행중인 적십자 차원의 인도적 지원이 없어 별다른 의미를 두기 어렵고, 경제협력협의사무소 폐쇄도 교류협력이 중단됐으니 마찬가지 맥락이다.

하지만 심리전 부분은 굉장히 중요하다. 실제로 군사분계선에서 총성이 터질 수 있는 문제다.

또 북한이 '전시법'을 앞세우고 나올 경우 개성공단 내 우리 국민의 신변과 자산에 문제가 생길 수 도 있다.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한이 전시규정을 들이대고 개성공단 내 우리 측 인력 일부를 '간첩 혐의' 등으로 억류하는 것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북한학과) = 모든 문제를 전시법에 따라 처리한다는 것은 남북관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전쟁과 같은 긴장상태 또는 대결상태에서 접근하겠다는 메시지로 보인다. 단순한 언설 차원이나 협박 수준이 아니라 대단히 높은 긴장 국면에서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 측이 예고한대로 심리전 방송을 재개하면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 확성기를 설치하면 북한이 사실상 개성공단 폐쇄로 갈 것이기 때문에 유연한 접근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이므로 차분한 대응이 중국의 지지를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북한학과) = 처음 발표된 8개 항에 개성공단 폐쇄가 직접 언급되지 않은 것은, 향후 외자유치에 미칠 나쁜 영향과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주민 4만명의 고용문제 등을 고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하루 뒤 나온 개성공단 출입 차단 위협을 보니 사실상 개성공단을 폐쇄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우리에게 `심리전이냐 개성공단이냐'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압박전술인 것 같다. 어쨌든 남북간 `강대강' 대치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우발적으로 군사충돌로 이어지면 개성공단도 폐쇄될 수밖에 없다.

전시법을 거론한 것은 그들의 전시 매뉴얼에 따라 남북문제에 접근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남측의 제재에 맞선 '벼랑끝 전술'이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제동 때문에 남북이 국지전에 휘말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단, 북한이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무시하고 함정을 그 아래로 밀고 내려오거나 하면 우리 군과 우발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은 상존한다.

당분간 긴장국면이 계속되겠지만 7월이나 8월께 미국과 중국 주도로 6자회담 재개 국면이 조성되면 남북 대결구도가 완화될 수도 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과) = 북한이 '심리전 재개'를 전제로 사실상 개성공단을 질식사시키겠다고 위협하고 나선 것은 공을 한번 더 남쪽에 넘긴 것이다. 또 개성공단 경협사무소의 남측 관계자들은 추방하면서 남한 기업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남한의 정부와 국민을 구분해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전시법에 대한 언급은 그동안 축적된 남북간 합의와 관습, 선례에 얽매이지 않고 앞으로는 '북한식'으로 하겠다는 뜻인 것 같다.

6.25전쟁 이후 남북관계는 경색됐다가도 다시 풀어지곤 했지 긴장이 끝까지 올라간 적은 없었다. 하지만 다음주 휴전선 일대에 심리전용 확성기가 설치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북한이 예고한 대로 조준격파에 나서고 우리 군이 다시 이를 응징하면서 쌍방간에 무력행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미.중.러는 남북간의 긴장관계를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올해 9월쯤 이들 국가의 중재가 시도될 수 있다. 천안함 문제가 걸려 있는 한 6자회담이 올해 안에 재개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2+4' 형태의 변형된 6자회담이 전개될 수는 있을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