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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 "한국 전쟁 분위기 고조"

전쟁 아니면...

천안함이 침몰한 날 월터 샤프 주한미군 사령관은 워싱턴 DC에 있었습니다.

그 날 열린 의회 청문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전시작전권에 관련된 의미있는 발언이 나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현장에 취재를 갔습니다.

청문회가 진행되는 도중에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마침 주한미군 사령관이 눈앞에 있으니 잘됐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기는 했습니다.

주한미군 사령관의 스태프들이 가만히 앉아 있던거죠.

아니나 다들까, 마이크를 들이대자 샤프 사령관은 "당신들도 봤다시피 나는 여기 있어서 아무런 정보가 없다."고 대답하고는 그대로 나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바로 한국으로 돌아간 샤프 사령관은 한 달여가 지나 다시 미국 의회를 찾았습니다.

천안함 조사결과가 발표되기 직전이었습니다.

조사결과를 미 의원들에게 보고했을 것이라고 짐작해 다시 의회를 찾아갔지만, 샤프 사령관은 아무런 말없이 군인들에게 둘러 싸인 채 저희 취재진을 지나쳤습니다.

그 한달여 동안 미 언론들은 신중했습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 말이죠.

잊을만 하면 며칠에 한 번씩 간단하게 보도하는 정도였습니다.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말만 반복했던 미국 정부의 태도와 비슷했습니다.

그런 미국 언론들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오고, 한국 정부가 단호한 대응을 천명하고, 북한이 거기에 맞서서 모든 남북교류를 중단한다는 초강경 대응을 하자, 연일 한반도 상황을 주요뉴스로 보도하더군요.

그런데 기사 제목들이 간단치 않습니다.

CNN은 어제 '한반도 전쟁위협 고조'라는 큼지막한 자막을 관련 기사가 나가는 동안 게계속 내보냈습니다.

오늘은 아예 'WAR FEAR'(전쟁에 대한 두려움)라는 제목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지난해 연수기간 워싱턴 체육관에서 우연히 만났던 울프 블리처 앵커는 "Drastic move ticks up tension higher in Korean penninsula after sinking of South Korean ship. Now the US  is looking for help try to keep N.K & S.K from going to war"라고 격정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천안함 침몰 이후 나오고 있는 과격한 행동들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현재 미국 정부는 남북이 전쟁으로가지 않도록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이죠.

초보수적인 성향으로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쓰레기 방송으로 불리면서도 부동의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FOX 뉴스는 'Watch! Korea war part 2'라는 선정적인 제목을 달기도 했습니다.

신문들은 어떤가 싶어서 인터넷으로 관련 기사들을 검색해 봤습니다.

한국과 관련된 기사들은 어김없이 '전쟁' '긴장''고조'라는 단어들이 등장하고 있더군요.

예를 들어보면

< Korean War is not the ‘Forgotten War' >-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이 아니다.

Pentagon approves war games with South Korea >- 미 국방부가 한국과의 전쟁연습을 승인했다.

 < War between the Koreas? > - 두 코리아 사이의 전쟁? 등등입니다.

거리로 나가봤습니다.

지나가는 미국 시민들을 붙잡고 현재 한반도에서 고조되고 있는 전쟁위협에 관한 뉴스를 들어봤느냐고 물어봤습니다.

절반 정도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하긴 자기네 일이 아니니까 그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절반은 천안함 사태는 물론 전쟁 분위기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한국은 잠재적인 충돌 가능성이 높은 지역입니다."

"북한 지도자를 예측하기가 어려워서 전쟁이 안난다고 말할 수 없겠네요."

" 전쟁이 난다면 남북 모두에게 대단히 불행한 일이 되겠죠." 라고들 했습니다.

한 시민에게는 "혹시 내일이나 모레 한국 가는 비행기표가 있다면 가겠느냐?"고 물었더니 "가겠다."고 해서 조금 놀랐습니다.

왜냐고 물었더니 "여기서 사는 것도 위험하니까."라고 대답하고는 웃더군요.

미국인들에게 한반도의 긴장이라는 게 시사적인 관심사이기는 하지만 자신들의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어릴 적에 어른들로부터 들은 얘기중에 "세상에 제일 가는 게 싸움 구경과 불구경"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는 지금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인데, 멀고 먼 이역에 사는 이방인들에게는 모처럼 생긴 싸움구경이 아닌가 싶어 씁쓸했습니다.

미국 언론들의 이런 보도가 한국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매도세를 부추기는 것 같다는 분석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북한 리스크'라는 표현이 갖는 무게가 새삼 확인되고 있는 요즘입니다.

힘으로든, 단호함으로든, 아니면 외교력으로든 이런 불안한 상황을 하루 빨리 해결해 나가는 지도력이 보고 싶습니다.

막무가내, 떼쓰기식 북한의 방식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만큼 한국이 어떻게 대응해 나가느냐가 가장 중요한 변수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지금 워싱턴은 밤 12시가 다됐습니다.

조금 있으면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하겠군요.

천안함 사태가 몰고 온 긴장국면의 초기라고 할 수있는 이 시점에서 한국과 미국이, 그리고 중국이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에 대한 윤곽을 그려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전쟁이라는 표현이 사라질 수 있는 계기는 언제쯤 가시권에 들어올까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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