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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내 깡패같은 애인

내 깡패같은 애인(감독: 김광식, 주연: 박중훈, 정유미, 15세 관람가)

남상석의 영화이야기
보스 대신에 감옥 갔다 오면 에이스 자리 보장해 준다는 말 믿고 몇 년 푹 썩은 뒤 출소한 동철(박중훈)은 에이스는 커녕 선배와 동료에게 구박받고 후배들의 웃음거리나 되는, 건달이라고도 부르기조차 민망한 찌질한 건달입니다.

싸움 실력도 없어서 때리기보다는 맞는 일이 더 많은 동철이 사는 반지하방 옆에 젊은 여성 세진(정유미)이 이사 오는데 지방에서 청운의 뜻을 품고 상경해 당당히 취업했지만 몇 개월 지나지 않아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실업자가 되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며 재취업을 모색하지만 지방대 출신에 이렇다 할 경력이 없어 고전을 면치 못합니다.

기본적으로 3류 깡패와 평범한 여성 사이의 로맨틱 코미디이면서 느와르적인 요소를 가미시켰습니다. 그리고 요즘 젊은이들의 암담한 현실인 소위 ‘88만원 세대’의 고군분투라는 사회성을 짙게 박아 넣었습니다.

박중훈이 오랜만에 몸에 딱 맞는 옷을 입고 거침없이 3류 건달을 연기합니다. 청춘스타로 출발해 사회성 짙은 리얼리즘 계열의 영화로, 이후 코미디 영화를 통해 80년대 후반과 90년대를 주름잡던 왕년의 명배우가 아니라 현재의 명배우라고 할만큼 물만난 고기처럼 대사는 물론 표정과 몸짓까지 활력이 넘칩니다.

어떤 장면 하나에서 돋보이고자 하는 과잉을 영화 전체를 위해서 자제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몇몇 장면에서 슬쩍 드러내 보이는 코미디 감각은 그의 감각이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개의 밤’ 장면이나 세진 아버지를 찾아간 장면은 두고 두고 생각해도 웃음이 터지는 명대사와 명연기가 어우러지는 부분입니다.)

상대역으로 나오는 정유미는 이전 작품들에서 약간 4차원같은 엉뚱함과 투명해 보이는 순수함을 무기로, 잘못하면 아버지뻘로 보일 수도 있는 박중훈과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상대역으로 잘 어울립니다. 세진이 취업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과정에서 겪는 여러 에피소드들도 웃어 넘길 수만은 없는 짙은 아픔이 배어있습니다.

남자 주인공 입장에서 영화의 기본적인 얼개를 보면, 3류 건달의 비루한 삶을 다룬다는 점에서 [파이란]이나 [게임의 법칙] 등이 생각납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 사회의 주변부에 내몰려 있는 사람들을 미화하지도 않고 또 그렇다고 너무 어둡게 그리지 않으면서 취업 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진지한 애정의 시선을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동철이 세진에게 하는 말을 통해 주제가 살짝 드러나기도 합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요즘 젊은 백수들은 그게 다 지탓인줄 알아. 정부가 잘못해서 그러는 건데...너무 기죽을 필요없어."...이 정도 내용인 것 같은데요. 액션 장면이나 멜로 부분의 온도를 의도적으로 높이지는 않지만 감독이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온도는 무척 높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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