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어뢰공격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는 국내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타격을 줬다.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가 발표된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29원이나 급등했고, 코스피지수는 1.83% 급락했다.
이날 일본 증시에서도 닛케이지수가 1.54% 빠졌고, 대만증시의 가권지수도 1.78%) 떨어지는 등 아시아권 금융시장이 모두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코스피의 하락세가 더 뚜렷했다.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북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다른 국가들보다 더 큰 폭으로 확산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부도위험도를 나타내는 한국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전날보다 11bp 오른 128bp에 거래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한반도의 긴장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외국인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최근 남유럽 위기 대응을 위해 구성된 비상대책팀을 확대운영키로 했다.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더욱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예방적 차원에서 대응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상대적으로 국내보다는 외국투자자들이 북한 리스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한국경제 설명회(IR)와 국제신용평가사와 협의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책고객서비스(PCRM) 시스템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와 외신에 정확한 국내 상황을 알려 과도한 시장의 불안심리를 불식시킬 방침이다.
◇환율 1,190원대로 폭등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천안함 조사결과 여파로 장중 한때 30원 이상 급등한 1,196.70원까지 치솟는 등 폭등세를 연출했다.
환율은 막판 상승 폭을 소폭 반납하며 1,194.10원에 거래를 마쳐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유럽발 재정위기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극대화한 상황에서 천안함 사태가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안전자산인 달러 매수를 촉발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전날보다 4.40원 오른 1,169.50원으로 출발한 환율은 오전 천안함 침몰이 북한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민군합동조사단의 발표 이후 상승 탄력을 받기 시작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
SK증권 염상훈 연구원은 "천안함 재료 외에는 딱히 급등할 변수가 없었던 것 같다"며 "외국인들이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원화 자산을 가지고 갈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해 원화를 팔고 달러를 매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한 마당에 천안함 문제까지 결부되면서 환율이 임계치를 벗어나 급등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외환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제재가 어느 수준까지 진행되고, 북한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환율 상승 폭도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 정부는 천안함 조사 결과 후속 조치로 유엔 안보리 회부를 비롯해 대북 무력시위,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경협·교류 전면 중단 등 전방위 대북 제재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주요 저항선인 1,250원 선을 돌파할지가 관건"이라며 "북한 관련 리스크는 이벤트성일 가능성이 있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문제가 지속할 경우 환율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1,200원대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있지만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등을 고려했을 때 1,200원대에서 안착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내다봤다.
◇주가 한때 1600선 밑으로 가라앉아
주식시장도 북한 리스크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29.90포인트(1.83%) 내린 1,600.18원에 마감했다. 장중 1,591선까지 빠졌다.
외국인은 3천904억원을 순매도하고 개인이 1천912억원을 순매수했다. 6천억원에 달했던 전날과 비교하면 외국인 매도물량이 적었지만 개인의 매수도 약화되면서 지수를 방어하지 못했다.
아시아권 증시도 대부분 급락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1.54% 대만 가권지수는 1.78% 내렸다.
다만 코스피지수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대북리스크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시아권 증시가 급락하는 등 재정위기 악재가 여전히 큰 상황에서 대내적으로 천안함 재료가 추가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도 대북리스크의 영향을 받았다.
이날 채권 시장은 뚜렷한 금리하락세(채권값 상승)로 출발했으나,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의 공격 때문이었다는 조사 결과 발표 이후 낙폭을 축소해 강보합세로 마감했다.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4.45%로 전 거래일보다 0.03%포인트 하락했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3.74%로 0.02% 떨어졌으며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5.00%로 0.03% 낮아졌다.
우리나라 CDS프리미엄은 20일 전일보다 11bp 오른 128bp에 거래됐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늘 천안함 발표가 있었지만 시장이 좀 과도하게 반응한 것으로 본다"며 "북한 리스크가 앞으로 종종 돌발적인 상황으로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겠지만 전반적인 추세가 그렇게 흔들릴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오히려 남유럽 리스크가 문제이고 아시아 쪽도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 경제에 잠재적인 위험 요인으로 남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북한 리스크 소용돌이에 금융시장 '비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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