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발(發) 초대형 '북풍'(北風)에 6.2 지방선거 판세가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소행으로 20일 공식 확인되면서 신(新)안보정국이 급속히 조성되고, 안보이슈가 막판 선거구도를 뒤흔들 메가톤급 변수로 떠오른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민.군 합동조사단의 이날 조사결과 발표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내주 천안함 대국민담화와 정부의 대북대응책 발표, 27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방한, 29-30일 한.중.일 정상회담 등 투표일 직전까지 굵직굵직한 외교.안보 일정이 줄줄이 예고돼 있어 천안함 문제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정국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선거구도 자체도 천안함 사건을 고리로 한 보수층의 결집과 이에 맞선 진보층의 결속이 정면 대치하면서 기존의 전, 현정권 대결에 더해 양 진영간 이념대결 양상의 색채가 더욱 짙어질 공산이 커졌다.
여야 각 당은 공식 선거운동 첫날 터진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가 표심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면서 여론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북풍에 맞춰 선거전략도 다시 가다듬고 있다.
한나라당은 외견상 '선거 불이용' 입장을 천명하면서도 이번 사안이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것은 물론 중립지대에 있는 부동층까지 흡수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천안함 문제를 전면 이슈화할 태세다.
정몽준 대표 등 당 지도부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며 북한을 성토하는 동시에 민주당을 향해 국가관까지 거론하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국가안보위기 속에서도 북한을 두둔해 온 민주당을 국민이 심판해 달라는 취지다.
특히 '어뢰.기뢰설은 억측과 소설'이라고 주장해 온 야권의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에 대해선 사퇴압박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반면 민주당 등 진보성향의 야당은 북한개입 발표에 내심 당혹해하면서도 정부의 관권선거 의혹과 안보무능, 정권책임론 등을 집중 제기하며 맞불을 놓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거운동 개시일에 맞춘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자체가 교묘한 선거개입 행위인데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 하더라도 안보구멍에 대한 1차적 책임은 현 정권에 있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와 정운찬 총리를 비롯한 내각 총사퇴를 공개 요구했다.
여야의 이 같은 입장차는 선거와 맞물려 첨예한 정치공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당장 천안함 사건 관련 국회차원의 논의 방식과 대북대응책 등을 놓고 날 선 신경전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공식 발표에 앞선 정부의 사전보고를 거부함으로써 향후의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현재로선 천안함 변수가 선거 판세에 미칠 영향을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사안의 성격상 지역적으로 북한과 접해있는 수도권과 강원도 등지를 중심으로 여당이 일정부분 반사이익을 누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실제 지방선거 국면 초반에 터진 천안함 침몰사건은 모든 정치적 이슈를 집어삼키며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사업 논란, 정권 중간심판론 등 여권에 닥친 여러 악재를 덮는 '방어막' 역할을 해 왔다는 게 중평이다.
또 여권에서 가장 큰 악재로 우려했던 '노풍'(盧風.노무현 바람) 역시 북풍 앞에서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여권이 이 같은 '호재'를 선거에 인위적으로 활용하려고 할 경우 여론의 호된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 이분법적으로 유.불리를 계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엄존한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선거국면에 터진 북풍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적도 있지만 별다른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역풍을 초래한 사례도 없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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