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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구심점 푸미폰 왕, 이번에는 침묵…왜?

계층 갈등 당사자, 개입 어려워…건강악화로 장기 입원중

수십년 동안 태국 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던 푸미폰 아둔야뎃(82) 국왕이 최근의 시위 정국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개월 넘게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위대는 푸미폰 국왕이 시위 정국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며 개입을 촉구하고 있지만 푸미폰 국왕은 이번 사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태국 사회는 외형적으로 보면 헌법에 따라 총리와 집권 여당이 통치하는 입헌군주제 국가이지만 그 이면에는 푸미폰 국왕으로 상징되는 왕실이 헌법 위의 존재로서 초월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1946년 즉위해 60년 넘게 재임하고 있는 푸미폰 국왕은 재임 기간 19번이나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고 헌법이 16번 개정되는 사회 격변을 겪었지만 현명한 지도력으로 고비때마다 사태를 해결해 태국사회에서 '살아있는 부처'로 추앙받고 있다.

지난 1932년 군부의 무혈 쿠데타로 절대 왕정체제가 무너진 상태에서 친형인 라마 8세 아난다 마히돈왕이 왕궁에서 의문의 피살을 당한 뒤 즉위한 푸미폰 국왕(라마 9세)은 즉위 초기에는 '명목상의 국가원수'에 불과했지만 국민에게 다가가는 행보로 왕의 절대적인 권위를 되찾았다.

그는 즉위 후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과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 전국의 산각 벽지 등을 돌아다니며 각계 각층의 국민을 만나 어려움을 직접 들었고 재임 기간 단 한 건의 부정부패 사건에도 연루되지 않을 정도의 검소한 생활태도로 국민의 절대적인 신망을 얻었다.

특히 푸미폰 국왕은 현실 정치에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군부 쿠데타 등 사회적 격변기 마다 결정적 순간에 중재자로 나서 사태를 해결함으로써 초월적인 권위를 더욱 강화시켰다.

푸미폰 국왕은 1973년 군부가 민주화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을 향해 발포하자 궁전 문을 열어 학생들의 편에 섰고 1992년 군사정권에 의해 또다시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했을 때도 직접 개입해 군사정권을 종식시켰다.

1992년 당시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수친다 총리와 야권의 잠롱 방콕 시장을 왕궁으로 불러들여 무릎을 꿇어앉히고 준엄하게 질책하는 모습은 국민에게 커다란 감동을 줬다. 국왕이 군부 쿠데타에 반대입장을 표명하자 수친다 총리는 결국 해외 망명길에 올랐다.

사회 중심추 역할을 해왔던 푸미폰 국왕이 최근의 시위 정국에 대해 일절 개입하지 않고 있는 것은 건강이 좋지 않은데다 군부와 민주주의 세력 간 대립이라는 과거의 정정 불안과는 달리 이번 사태가 계층간 갈등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푸미폰 국왕은 지난해 9월 고열과 식욕부진 등의 증세를 보여 방콕 시리라즈 병원에 입원한 이래 장기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푸미폰 국왕이 시위 정국에 개입하지 않는 표면적인 이유로 건강 악화를 들수 있지만 실질적인 이유로는 시위 정국의 근저에 깔려있는 계층간 갈등을 꼽을 수 있다.

푸미폰 국왕이 과거에는 군부와 민주화 세력 간의 충돌 과정에 제3자의 입장으로 개입할 수 있었지만 최근의 계층 간 갈등에는 자신도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에 직접 개입이 힘들다는 것이 태국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계층간 갈등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현 정부와 군부 등 지배 엘리트 계층이 왕실을 지지하면서 입헌군주제의 수호자임을 자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왕실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를 지지하는 시위대를 지원할 수도 없고 왕실수호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현 정부와 군부의 손을 섣불리 들어줄 수도 없는 것이 푸미폰 국왕의 현 상황이다.

태국의 시위 정국을 중재할 만한 인물이나 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중재자'로 인정받고 있는 푸미폰 국왕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방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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