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딸 살해한 산모의 '가슴 아픈 사연'

자신이 낳은 딸을 두달 만에 살해한 산모에게 법원이 질책은 했지만 온정을 베풀었다.

11일 서울북부지법 등에 따르면 30대 여성 이모씨는 지난해 7월 첫 딸을 낳고서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단일제대동맥'으로 태어난 딸이 선천성 눈꺼풀 처침, 안면신경마비 등의 장애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탯줄기형인 단일제대동맥은 탯줄에 동맥 하나가 덜 있는 것으로, 단일제대동맥으로 태어난 태아의 경우 보통 20∼30%의 확률로 동반 장애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한 동안 딸의 장애를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씨는 딸이 평생 힘들게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현실을 비관하게 됐다.

여기에 산후우울증을 앓게 되면서 이씨의 몸과 마음은 점점 더 약해져만 갔다.

같은 해 9월 어느날 정오께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딸과 둘이 있던 이씨는 침대 위에서 눈을 감은 채 가쁜 호흡에 괴로워하는 딸의 모습을 보고서는 순간적으로 '잘못된' 마음을 먹고 말았다. 딸이 고통받으며 평생을 살아가기보다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것으로 생각한 것.

이씨는 결국 자신이 낳은 딸의 얼굴을 이불로 덮어 질식시켜 숨지게 하고야 말았다. 범행 직후 이씨는 경찰에 자수했다.

검찰은 이씨가 자수했고 범행을 인정해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불구속 기소했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 과정에서 이씨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많이 후회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이씨의 남편 등 가족은 이씨에 대해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의 진정서까지 법원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단 이씨에게 "장애를 지녀 범행에 취약한 딸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생명을 빼앗았다"고 질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씨가 자수했고 깊이 뉘우치고 있으며 가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생명과 관계된 사건인 만큼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해서 공소심의위원회를 열어 신중히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