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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포터] 피겨스케이팅, 어디까지 추락할까?

6월에 열릴 ISU총회에서 피겨스케이팅 룰 개정에 대한 회의가 있을 예정이다. 이번 룰개정에서 일본이 확고하게 밀고 있는 것은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도 더블악셀 대신 트리플악셀을 뛸 수 있게 하는 것과 회전수가 부족한 점프에 중간점을 주어 감점폭을 줄이는 것이다.

일본은 아사다 마오가 트리플악셀을 뛸 수 있기 때문에 쇼트프로그램에서도 트리플악셀을 구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리플악셀을 뛰었을 때 회전수가 부족하면 그보다 한 단개 낮은 더블악셀의 점수에 -GOE로 채점되어 기본점수 8.2의 점프에서 1.5점 정도의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은 8.2의 기본점수를 8.5점으로 올리고 회전수가 부족하더라도 70%의 중간점수를 주는 방안을 선택하여 최소 6점의 점수를 챙겨갈 수 있는 룰을 도입하길 원하고 있다.

만약에 이러한 개정이 통과된다면 많은 선수들이 트리플악셀과 쿼드점프에 도전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피겨의 본질을 망가뜨리는 변화가 될 것이 뻔하다. 트리플악셀이 일반 트리플 점프보다 어려운 것은 반바퀴를 더 돌기 때문이다. 선수가 반바퀴를 더 회전하는 것은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된 연습이 반복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상으로 더 많은 점수를 얻어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사다 마오의 트리플악셀은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점프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인정범위안에 들 만한 지점(1/4의 안에 랜딩하면 인정)에 착지하지만 단순히 착지하는 지점으로 점프가 성공했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 이유는 빙판에서 몸이 거의 한반퀴 돌아간 상태에서 점프를 하기 때문에 실제 회전수는 2.5~2.7바퀴 정도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공중에서 세바퀴만 회전하여도 인정해주는 추세지만 아사다는 그마저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기 때문에 그의 트리플악셀은 회전수 부족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여기서 중간점이 도입된다면 결국 트리플악셀이 아닌 점프에 막대한 점수를 준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고난이도 기술을 구사하는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한 개정이라고는 하지만 정확한 기술의 채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스포츠로 불릴 자격이 없어질 것이다. 너도나도 완성되지 않은 기술을 구사하며 점수를 챙겨간다면 결국엔 이도저도 아닌 스포츠로 전락할 것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번 변경안이 한 사람의 선수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아사다는 럿츠와 살코를 뛰지 못해 고전해왔다. 그런데 트리플악셀의 중간점이 도입되면 그 점수는 트리플럿츠의 기본점수와 같아진다. 그만큼의 점수를 만회할 수 있게 되었고 살코점프를 시도하였을 때 회전수가 모자라더라도 역시 중간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처음부터 중간점 도입이라는 것은 아사다 마오가 트리플악셀에서 회전부족 판정을 받지 않았으면 생겨나지 않을 안건이었다.

기존의 트리플악셀의 기초점은 7.5점이었다. 하지만 아사다가 트리플악셀을 뛰는 횟수를 늘리자 8.2점으로 상승하였다. 트리플점프 중 가장 어렵다는 럿츠의 기초점이 6.0인 것에 비하여 지나치게 많은 차이가 난다. 물론 트리플악셀은 앞을 보고 뛰는 점프이기 때문에 선수가 가지는 공포감과 반바퀴를 더 돌아야하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점프할때 몸의 진행방향을 제어하여 회전력을 역으로 이용하여 뛰는 럿츠점프 역시 고난이도의 점프이다. 럿츠와 플립을 뛸줄알면 정상급 선수로 올라설 수 있듯이 여자피겨 선수에게 가장 어려운 점프는 트리플럿츠이다.

그럼에도 다른 트리플점프의 기초점은 변동 없이 트리플악셀의 기초점만 오른 점. 테크니컬패널이 다운그레이드를 결정하고 일반 심판들은 회전수를 확인하지 못한 채 그에 따라야한다는 점 역시 시대를 역행하는 발상이다.

이밖에도 프리프로그램에서 더블악셀을 두 번으로 제한하기, 스파이럴시퀀스를 안무로 간주하여 필수요소로 수행하지 않아도 되는 점 등은 프리에서 세 번의 더블악셀을 뛰고 빠른 스피드와 엣지사용으로 스파이럴에서 높을 레벨을 유지하는 김연아를 견제하기 위한 개정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것을 입맛대로 바꾸고 난 뒤에 경기를 한다면 그것은 이기기 위해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승부근성은 운동선수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지만 이기지 못하더라도 동료 선수들을 격려하고 존중해주는 것 역시 꼭 필요한 조건이다. 피겨는 정치적인 스포츠이고 아직도 피겨 강대국의 힘에 좌지우지되곤 하지만 이번 룰개정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피겨라는 종목이 가지는 특성을 무시해버리는 처사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계숙 SBS U포터 http://ublog.sbs.co.kr/slangsl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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