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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정위기 충격…출구전략 늦춰지나

한국에 영향 제한적일듯…출구전략에는 부담

유럽발 재정위기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주요 증시가 급락하는 등 국제 금융시장에 충격파가 번지고 있다.

유럽 경제의 불안은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 회복세를 바탕으로 무르익고 있는 우리나라 등 각국의 출구전략 속도에 유럽 재정위기가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흔들리는 유럽…그리스에서 스페인, 포르투갈까지

그리스에서 시작된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우려는 스페인과 포르투갈로까지 번지고 있다.

그리스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택한 재정긴축 계획에 대해 그리스인들이 총파업과 시위 등으로 반발하면서 긴축대책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일고 있다.

여기에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포르투갈의 채권등급을 2단계 하향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가 하면 스페인이 IMF 구제금융을 요청할 것이란 소문까지 도는 등 우려가 커지는 형국이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지난주 스페인의 신용 등급을 AA+에서 AA로 한단계 낮춘 바 있다.

IMF는 4일(현지시각) "IMF가 스페인도 그리스처럼 구제키로 했다는 소문은 사실무근"이고 밝히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지만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5일 프랑스 일간 르 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 재정위기가 유럽 전역으로 퍼질 수 있다며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 한국 재정건전성 상대적 '양호'

유럽의 재정위기가 심각한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사상 최대규모의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했음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위기 전인 2007년 30.7%에서 지난해 33.8%로 상승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OECD 국가의 평균 비율이 73.1%에서 90.0%로 크게 높아졌다.

그리스의 경우 지난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115.1%였다.

또 우리나라의 지난해 재정수지(관리대상 수지) 적자는 GDP 대비 4.1%였다.

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작년에 GDP 대비 6.3%였다. 그리스의 경우는 이 수치가 13.6%, 스페인은 11.2%에 달했다.

◇ 한국경제 영향 제한적일 듯

유럽발 충격으로 미국, 유럽, 아시아 증시가 급락하고 한국 증시도 6일 코스피지수가 2% 떨어지는 등 국제금융 시장이 요동을 쳤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유럽은 물론 다른 경제권의 실물 경제에도 투자심리나 소비 위축 등을 불러 금융위기 이후 빠른 경제회복을 주춤거리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리스가 우리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0.88%이고 스페인등을 포함한 이른바 'PIIGS' 5개국 전체의 비중도 2.37% 정도지만 EU 전체로 보면 12.8%에 달한다.

따라서 위기가 유럽 경제 전반을 위축시키면 우리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나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는 이미 예상된 것이고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유럽의 재정 불안 요인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면서 "물론 우리나라도 일부 금융 기관 및 시장에 단기적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그 여파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강중구 책임연구원은 "금융 부문의 단기적인 변동성이 나타났지만 실물 부문의 충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우리나라 실물 부문에 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 출구전략 속도엔 부담될 듯…정부 "당분간 두고 보자"

유럽발 위기는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우리나라의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 시행에는 부담이 될 전망이다.

1분기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이 7.8%에 달하면서 더 늦기 전에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유럽의 재정위기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면서 신중론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또 주요 20개국(G20)도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국제 공조보다는 국가별 상황에 맞게 출구전략을 추진하자고 했지만 유럽의 위기가 어떤 형태로든 각국의 출구전략에도 실행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출구전략과 관련해 그동안 시기상조라며 현재의 거시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지만 최근에는 미묘한 입장 변화가 감지되는 듯 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럽발 위기는 출구전략에 관해 '좀 더 두고 보자'는 정부의 신중한 입장을 당분간 유지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관계자는 "그리스 하나만 해결하면 되는게 아니라 다른 나라까지 확산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정부는 현재의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지금 같이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본격적인 출구전략과 관련해 '당분간 두고 보는 전략'(WAIT AND SEE)이 최상"이라고 말했다.

물론 유럽의 재정위기가 이미 충분히 고려된 변수이기 대문에 출구전략 시기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현재까지 나타난 것은 금융 부문의 변동성인데, 이는 애초 `PIIGS' 문제가 불거진 이후 정책 결정에서 고려해 온 불안 요소이기 때문에 당장 출구전략의 시기를 조정해야 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세계적으로 얽힌 금융망을 통해 타격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안정을 찾거나 악화일로로 치닫는 두 가지 경로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SK증권 송재혁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사태가 아니더라도 당장의 정책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었으며, 장기적으로도 과연 큰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출구전략에 대해 갖는 의미는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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